■해석
스스로 진술하다(이옥봉)
근래의 안부는 어떠신지요
달빛이 사창을 비추니 저는 한이 많네요
만약 꿈속의 혼이 다니며 자취를 남긴다면
임의 집 앞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되었을 텐데
■원문
自述(자술), 李玉峯(이옥봉)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글자풀이
- 到: 이르다
- 紗窓: 얇은 비단으로 바른 창, 여자의 방
- 妾: 나(1인칭)
- 若: 만약, 만일
- 跡: 자취, 흔적
- 沙: 모래
■감상
이옥봉(?-?)은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으로, 선조 때 이봉의 서녀(庶女)로 조원의 첩이 되었습니다만, 남편에게 버림받으며 비극적이고 아픈 삶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녀의 문학성은 중국 명나라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였으며, 임에 대한 그리움이나 슬픔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여성이면서도 시에서는 강직함도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 32편이 수록된 ≪옥봉집(玉峯集)≫이 전해집니다.
이 시는 임과 이별한 여인이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7언절구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제목에 보이는 ‘자술(自述)’은 ‘스스로 진술하다’라는 의미로 또 다른 제목으로는 ‘꿈속의 넋’이라는 의미의 ‘몽혼(夢魂)’이라고도 합니다. 화자는 꿈속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며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꿈속의 넋을 활용하여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반부에서 화자는 임의 안부를 물으며 달 뜬 밤에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에 사무친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임의 근래 안부를 묻는다는 것이 임과의 헤어진 시간을 짐작케 하기도 합니다. 후반부에서는 꿈속이라는 가정적 상황을 설정하여 만약 꿈속의 길에 자취가 남는다면 집 앞에 있는 돌길이 모두 닳아서 모래로 변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가정법을 활용하여 현실에서 꿈으로 내용이 바뀐 것이나 임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이 과장법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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