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느낀 바가 있어(장구령)
외로운 기러기 북해에서 날아와
연못과 물웅덩이를 쳐다볼 생각도 않네
언뜻 보니 물새 한 쌍이
삼주수 위에 둥지를 틀었네
높고도 높은 진귀한 나무의 꼭대기지만
쇠 탄환이 두렵지 않을 리 있겠는가
화려한 옷은 남의 손가락질이 걱정되고
높은 벼슬은 신의 질투가 두렵다네
지금 나는 아득한 하늘에서 노닐고 있으니
주살 사냥꾼이 어찌 나를 잡겠는가
■원문
感遇(감우), 張九齡(장구령)
孤鴻海上來(고홍해상래)
池潢不敢顧(지황불감고)
側見雙翠鳥(측견쌍취조)
巢在三珠樹(소재삼주수)
矯矯珍木巓(교교진목전)
得無金丸懼(득무금환구)
美服患人指(미복환인지)
高明逼神惡(고명핍신오)
今我遊冥冥(금아유명명)
弋者何所慕(익자하소모)
■글자풀이
- 感遇: 일이 지난 후에 느낀 바를 적다
- 鴻: 기러기
- 池: 연못
- 潢: 웅덩이
- 側見: 곁눈질하다
- 翠鳥: 물새
- 巢: 둥지
- 三珠樹: 측백나무와 비슷하며 잎사귀가 주옥(珠玉)이라는 신화 속 나무
- 矯矯: 높고 우뚝한 모양
- 巓: 산꼭대기
- 美服: 아름다운 옷(사치와 호화로움을 상징)
- 逼: 닥치다
- 惡: 미워하다
- 冥冥: 아득한 모양
- 弋: 주살(새 잡는 도구)
- 慕: 사냥하다
■감상
장구령(678-740)은 자는 자수(子壽)로, 당나라 현종 때의 대신이자 시인입니다. 중종 경룡연간(707-710)에 진사가 되어 교서랑, 종서사인, 기주자사 등을 거쳤고, 736년에는 이임보의 참소에 의해 형주대도독부장사로 좌천되기도 하였습니다. 일찍이 안녹산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현종이 그의 선견지명을 칭찬했다고도 합니다.
문학사에서도 진자앙(陳子昂)을 계승하여 시의 복고에 힘썼고, 저서로는 ≪당승상곡강장선생문집≫ 20권, ≪천추금경록≫ 5권이 있습니다. 시호는 문헌(文獻)이고, 소주 곡강(曲江, 지금의 광둥성) 사람이라서, 당시의 세인(世人)들은 장곡강(張曲江)으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는 ≪당시 삼백수≫에 실린 장구령의 작품입니다. 중국에서는 ≪당시 삼백수≫를 초학(初學)의 교본으로 삼았는데, 이 책은 1763년 청나라의 이석찬(李錫瓚)이 편집한 것입니다. ‘감우(感遇)’라는 의미는 어떤 일이 지난 다음에 마음에서 느낀 바를 말로 나타낸다는 의미로, 우리말의 ‘감회(感懷)’와도 비슷한 뜻이며, 이 작품은 ≪당시 삼백수≫에 제일 처음으로 실린 작품입니다.
북해에서 날아온 외로운 기러기는 연못이나 물웅덩이는 쳐다볼 생각도 않고, 얼핏 보이는 물새 한 쌍이 삼주수 나무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높고도 우뚝하여 진귀한 나무이지만, 새 잡는 탄환이 무섭지 않냐고 묻습니다. 화려하게 좋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남의 손가락질이 두렵고, 높은 벼슬자리는 신령의 질투를 받을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여기서 ‘나무 꼭대기’는 ‘높은 벼슬자리’, ‘화려하게 좋은 옷’은 ‘사치와 호화스러움’을 의미합니다.
지금 시인 자신은 한 마리 외로운 기러기처럼 아득한 하늘에서 노닐고 있으니, 나를 노리는 사람들은 무엇을 빌미로 삼아 나를 해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당시 장구령은 간신인 이림보(李林甫)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자신을 기러기, 물총새를 이림보에 비유해서 부귀권세를 누리던 간신배들은 결국 자멸하게 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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