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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고경명, <어주도(漁舟圖)>

by !)$@@!$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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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어주도(고경명)

 

갈대밭에 바람 불어 눈이 공중에 흩날리는데

술을 사 돌아와서 작은 배를 매어 두었네

빗겨 부는 피리 몇 소절, 강물 위의 달빛

자던 새가 물가의 안개 속에서 날아오르네

 

■원문

漁舟圖(어주도), 高敬命(고경명)

 

蘆洲風颭雪漫空(노주풍점설만공)

沽酒歸來繫短篷(고주귀래계단봉)

橫笛數聲江月白(횡적수성강월백)

宿禽飛起渚煙中(숙금비기저연중)

 

고기잡이 배

 

■글자풀이

  • 蘆: 갈대
  • 颭: 살랑거리다
  • 漫: 흩어지다
  • 沽: 사다, 팔다
  • 繫: 매다
  • 篷: 작은 배, 거룻배
  • 橫: 가로
  • 笛: 피리
  • 禽: 날짐승
  • 渚: 물가
  • 煙: 연기

 

■감상

   고경명(1533-1592)의 자는 이순(而順), 호는 제봉(霽峰)이며, 장흥이 본관입니다. 1552년 사마시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고, 동년 식년문관에 장원으로 급제해서 성균관전적에 임명되었습니다. 이후 공조좌랑, 형조좌랑, 사간원정언 등을 거쳤고, 1563년 이량(李樑)의 전횡 때 울산군수로 좌천되기도 했습니다. 관직에서 물러나서는 고전을 탐독하고 산수 자연을 벗삼아 즐겼다가 다시 관직에 나아가 영암군수, 서산군수, 승문원판교 등을 역임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각처의 관군(官軍) 6,000명을 모아 의병을 이끌고 금산에서 왜적과 싸우다가 전사를 했습니다. 시와 글씨, 그림에도 능했으며, 무등산 기행물인 <서석록(瑞石錄)>, 각처의 격문을 모은 <정기록(正氣錄)> 등이 있습니다. 저서에는 시문집인 <제봉집(霽峯集)>이 있고, 시호는 충렬(忠烈)입니다.

 

   이 시는 고기잡이 배를 그린 그림을 보고 노래한 제화시(題畫詩)입니다. 제화시는 동양화의 그림에서 제목과 관련된 시를 지어서 적어 놓은 글을 말합니다. 갈대밭에는 바람이 일어 저 멀리 눈이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고, 조금 전 배를 타고 술을 사 와서 배는 갈대밭 옆에 매어 두었습니다.

 

   강물 위로 밝게 뜬 달빛에 피리의 몇 소절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잠자던 새도 물가의 안개 속으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눈 쌓인 갈대밭과 덩그러니 홀로 매어 있는 작은 배, 강물 위를 비춰주는 밝은 달빛과 몇 가락의 피리소리까지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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