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강촌에 묵다(송익필)
막걸리 과하게 마시고 밝은 달 아래 누우니
자던 구름 모두 걷히니 새벽 강이 맑네
동행이 나를 재촉하는 바람에 일찍 돌아가니
주인이 이름을 알게 될까봐 걱정해서라네
■원문
宿江村(숙강촌), 宋翼弼(송익필)
過飮村醪臥月明(과음촌료와월명)
宿雲飛盡曉江淸(숙운비진효강청)
同行催我早歸去(동행최아조귀거)
恐被主人知姓名(공피주인지성명)
■글자풀이
- 醪: 막걸리
- 臥: 눕다
- 曉: 새벽
- 催: 재촉하다
- 恐: 두렵다
■감상
송익필(1534-1599)의 호는 구봉(龜峰), 자는 운장(雲長)이며, 여산이 본관입니다. 할머니가 안돈후(安敦厚)의 천첩 소생이라 신분이 미천했지만, 아버지가 안처겸(安處謙)의 역모를 고발하여 공신에 올랐기 때문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송익필은 재능이 비상하고 문장에도 뛰어나서 동생인 송한필(宋翰弼)과 함께 문명을 떨쳤고, 명문가와도 폭넓은 교유를 하였습니다.
시는 이백(李白)을 모범으로 삼고, 문장은 좌구명(左丘明)과 사마천(司馬遷)을 본받았습니다. 자신의 학문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여 고관귀족에게도 당당했고, 최경창, 백광훈, 최립, 이순인, 윤탁연, 하응림 등과 함께 선조 대의 팔문장가(八文章家)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저서에는 ≪구봉집(龜峯集)≫이 전하고, 시호는 문경(文敬)입니다.
이 시는 강촌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지은 작품입니다. 시인은 강촌에서 하룻밤을 유숙하면서 막걸리 한 잔을 걸치고 밝은 달빛 아래에 누우니, 밤새 머물러 있던 구름들이 모두 걷히고 새벽 강이 맑아진다고 하였습니다. 취기 오른 상황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경치가 화자에게는 즐기고 싶은 경치였을 싶은데, 함께 동행하던 사람이 나를 재촉하며 빨리 돌아가자고 합니다. 혹여라도 머물렀던 객사의 주인이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될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홍만종은 ≪소화시평≫에서 “구봉 송익필은 비록 출신은 비루하고 미천하지만 타고난 성품이 대단히 높고 문장 또한 뛰어나다(龜峰宋翼弼雖出卑微, 天品甚高, 亦能文章)”라면서 구봉의 신분은 미천하지만 문학적 재능은 뛰어나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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