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장단의 김상관을 곡하며(장유)
내가 예전에 이상한 병 걸렸을 때
집까지 찾아와서 위문을 해 주었었지
떠도는 딱한 신세 서로 마음 의지하며
오랜 이별을 거듭 탄식하였는데
이렇듯 온갖 풍파 모질게 겪은 뒤에
외로운 삶 이슬처럼 허무하게 끝내다니
사립문 찾겠다고 전에 약속하였는데
이젠 다시 채소국 맛 보지도 못하겠소
■원문
哭金長湍尙寬(곡김장단상관), 張維(장유)
我昔纏奇疾(아석전기질)
公來問弊廬(공래문폐려)
飄零相藉在(표령상자재)
契闊重欷歔(계활중희허)
萬事風波後(만사풍파후)
孤生露電虛(고생로전허)
柴門他日約(시문타일약)
不復煮秋蔬(불부자추소)
■글자풀이
- 昔: 옛날
- 纏: 얽히다, 묶다
- 廬: 집, 오두막
- 飄: 떠돌다
- 藉: 깔다, 빌다
- 契: 맺다
- 闊: 트이다, 통하다
- 欷: 흐느끼다, 울다
- 歔: 흐느끼다
- 露: 이슬
- 電: 빠르다
- 柴門: 사립문
- 煮: 삶다, 익히다
- 蔬: 채소
■감상
이 시는 이수(二首)로 된 오언율시 중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김상관(1566-1621)은 조선 중기 장단부사를 지낸 문신으로, 《월사집(月沙集)》에 보면, 과거에 급제는 못했지만 관직은 낮지 않았다(君雖不第官不卑)고 합니다. 자는 중율(仲栗), 호는 금시재(今是齋)이며, 김극효의 아들이자 청음 김상헌의 형이기도 합니다.
고인은 비록 가난했지만, 친구들과의 교분을 유지하다가 노모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고인은 화자가 예전에 질병에 걸렸을 때도 불원천리(不遠千里)하며 집으로 달려와 위로를 해주었던 일을 상기하며, 서로가 신세를 한탄도 하고 위로도 하며 의지하는 사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오래도록 소식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그동안에도 많은 풍파의 시간들을 겪으면서 오랜만에 들려온 망자의 죽음은 이슬처럼 허무하게 살다 간 인생의 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일에 다시 만나면 비 온 뒤에 가을밭에서 따온 채소 맛을 보자고 했던 약속(『谿谷集』 권30, <次韻寄題金長湍今是齋>, “他時會作柴門客, 共煮秋畦雨後蔬.”)도 모두 허사가 되고 만 것입니다. 지난날에 함께 했던 일상의 소소한 약속이지만, 지금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어 버린 추억과 일화를 재구(再構)하여 고인과의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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