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대보름 밤(김인후)
높고 낮은 건 땅의 형세에 따라서이고
이르고 늦은 건 하늘의 때로부터라네
사람들의 말이 어찌 근심할 만하겠는가
밝은 달은 본래 사적이지 않은데
■원문
上元夕(상원석), 金麟厚(김인후)
高低隨地勢(고저수지세)
早晩自天時(조만자천시)
人言何足恤(인언하족휼)
明月本無私(명월본무사)
■글자풀이
- 隨: 따르다
- 勢: 형세
- 恤: 근심하다, 동정하다
- 本: 본래
■감상
김인후(1510-1560)는 자는 후지(厚之), 하는 하서(河西)이며, 울산이 본관입니다. 1531년 사마시에 합격하고 성균관에 입학하였으며, 이후 1540년 별시문과에 급제하였습니다. 1543년 홍문관 박사 겸 세자시강원설서(世子侍講院說書), 홍문관부수찬, 제술관 등을 역임한 문신이자 학자입니다.
당시에 이항(李恒)과 기대승(奇大升) 사이에 논란이 됐던 성리학 이론 사이에서 기대승의 학설에 동조하였고, 성경(誠敬)을 목표로 하는 수양론을 주장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천문, 지리, 산수, 율력(律曆)에도 정통하였고, 정철, 조희문, 오건 등의 제자가 있습니다. 10여 권의 시문집을 남겼으나 도학에 관한 저술은 별로 보이지 않고, 저서로는 ≪하서집(河西集)≫, ≪백련초해(百聯抄解)≫ 등이 있습니다.
이 시는 정월에 뜬 보름달을 보면서 노래한 작품인데, 제목의 주(註)에는 김인후가 5세 때 지은 작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늘에 뜬 달이 높고 낮은 것은 그 달을 바라다보는 사람의 장소에 따라 높게도 낮게도 보인다고 시작하는 부분이 참신하게 다가옵니다.
또한 달이 일찍 뜨거나 늦게 뜨는 것 또한 하늘의 때로 인해 결정되는 것이니 사람들은 그에 대해 근심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달은 원래 사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똑같기 때문에 굳이 높든 낮든, 일찍 뜨든, 늦게 뜨든지 사람들이 근심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늘에 뜬 달 하나를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에 깊은 철리(哲理)가 느껴지는 듯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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