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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장유, <곡석전선생(哭石田先生)>

by !)$@@!$ 202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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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석전 선생의 서거를 애도하며(장유)

 

지난해 양강에서 작별을 할 때

가을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지

술잔 잡고 옛날 흥취 되살리면서

또 만나자 손을 잡고 약속했는데

상하의 인사도 이젠 사양하시고

취하신 뒤 쓰신 시구 몇 점만 남았구나

봄바람은 부는데 한 주먹 눈물

아무리 씻어 내도 슬픔 더욱 새로워라

 

■원문

哭石田先生(곡석전선생), 張維(장유)

 

去歲楊江別(거세양강별)

秋天落木時(추천락목시)

把盃還舊興(파배환구흥)

握手更前期(악수갱전기)

不復床前拜(불부상전배)

空留醉後詩(공류취후시)

春風一掬淚(춘풍일국루)

沾灑有餘悲(첨쇄유여비)

 

가을 낙엽

 

■글자풀이

  • 哭: 애도하다, 울다
  • 別: 이별하다
  • 把: 잡다
  • 盃: 잔
  • 握: 잡다
  • 掬: 움키다
  • 淚: 눈물
  • 沾: 더하다
  • 灑: 뿌리다

 

■감상

   이 시는 석전(石田) 성로(成輅, 1550-1615) 선생을 애도한 네 수의 오언율시 중에서 마지막 작품에 해당합니다. 성로의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중임(重任)이며, 1570년에 진사시에 합격하여 성균관에서 공부하였고, 정철의 문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스승의 잦은 유배생활을 보면서 벼슬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세상과 절연하여 그동안의 시고(詩藁)를 모두 불태워버리기도 했으며, 말년에는 세상을 비관하며 시주(詩酒)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계곡은 양강에서 만났던 망자(亡者)를 회상하며 시상을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동국팔도대총도(東國八道大總圖)>에 보면 서울(京都) 아래에 한강(漢水)이 있고, 그 상류에 사슴뿔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중간에 양강(楊江)’이라는 표기가 있는데, 지도를 근거로 보면 양강은 한강의 상류 지점인 북한강과 지금의 경기도 양평의 남한강 근처로 판단됩니다.

 

   낙엽이 진 늦가을에 계곡은 망자와 옛이야기와 함께 술잔을 기울입니다. 자리가 파할 때쯤 마지막 술잔에는 다시 만나자는 기약을 담아 선생님에게 상하지례(床下之禮, 덕이 높은 은자에게 절하는 것)를 갖추어 절을 하고자 했으나 사양하신 채 취흥에 젖은 시구 몇 수를 남긴 것이 선생과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항상 술을 마시면 시를 짓던 고인이기에 그날도 맑고 원대한 시가 읊어졌을 것이고, 봄바람이 부는 어느 날 선생은 영원히 떠나고 말았습니다. 선생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니 즐거웠던 시간들이 떠오를수록 슬픔은 더욱더 커져만 가고, 눈물은 씻으면 씻을수록 더욱 새롭게 흐르고 맙니다. 이 시는 떠나간 석전선생과의 추억과 일화를 재구(再構)하면서 슬픔의 시상을 전개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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