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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김창협, <산민(山民)>

by !)$@@!$ 202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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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산민(김창협)

 

말에서 내려 누가 없는지를 물으니

아녀자가 문을 열고 나오네

초가집 아래로 객을 맞아서

객을 위한 밥상을 차려 주네

남편이 어디 있는지를 물으니

쟁기 메고 아침에 산에 갔다고 하네

산밭은 갈기가 어려워서

해가 저물어도 돌아오질 못하네

사방을 둘러봐도 전혀 이웃이 없고

닭과 개만 함께 깊은 산속에 산다네

숲 속에는 사나운 호랑이가 많아서

콩잎을 따도 광주리에 차지 못하네

슬프구나, 이곳이 뭐가 좋아

험한 산골 사이에 있겠는가

즐겁구나, 저 평지여

가고 싶어도 현의 관리가 무섭다네

 

■원문

山民(산민), 金昌協(김창협)

 

下馬問人居(하마문인거)

婦女出門看(부녀출문간)

坐客茅屋下(좌객모옥하)

爲客具飯餐(위객구반찬)

丈夫亦何在(장부역하재)

扶犁朝上山(부려조상산)

山田苦難耕(산전고난경)

日晩猶未還(일만유미환)

四顧絶無隣(사고절무린)

鷄犬依層巒(계견의층만)

中林多猛虎(중림다맹호)

采藿不盈盤(채곽불영반)

哀此獨何好(애차독하호)

崎嶇山谷間(기구산곡간)

樂哉彼平土(낙재피평토)

欲往畏縣官(욕왕외현관)

 

호랑이

 

■글자풀이

  • 茅屋: 초가집
  • 餐: 음식
  • 犁: 쟁기
  • 耕: 밭 갈다
  • 曉: 새벽
  • 隣: 이웃
  • 巒: 뫼
  • 猛: 사납다
  • 采: 따다, 캐다
  • 藿: 콩잎
  • 盈: 차다
  • 盤: 소반, 광주리
  • 崎: 험하다
  • 嶇: 험하다

 

■감상

   김창협(1651-1708)의 호는 농암(農巖), 자는 중화(仲和)이며, 안동이 본관입니다. 좌의정 김상헌(金尙憲)의 증손자이자 영의정 김창집(金昌集)의 동생입니다. 아버지는 영의정을 지낸 김수항(金壽恒)이며, 어머니는 안정나씨로 해주목사를 지낸 나성두(羅星斗)의 딸입니다. 1669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1682년에 증광문과에 전시장원으로 출사하면서 병조참지, 예조참의 대사간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1694년 갑술옥사(甲戌獄事) 이후에 아버지가 신원(伸冤)되면서 모든 벼슬을 사직하고 학문에만 전념하였습니다.

 

   김창협의 학문은 이황과 이이의 학설을 절충하는 입장을 취했고, 문장은 구양수(歐陽修)의 단아하고 순수함을 얻었습니다. 시는 두보(杜甫)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풍을 얻고자 하였고, 글씨에도 능했습니다. 저서로는 농암집(農巖集), 농암유지(農巖遺識), 논어상설(論語詳說), 《오자수언(五子粹言)》 등이 있습니다.

 

   이 시는 27세 때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가는 도중에 산촌을 보고 읊은 작품으로, 백성을 향한 애민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한양으로 가던 도중에 말에서 인기척을 물으니 아녀자가 나와서 객인 화자에게 밥을 챙겨줍니다. 남편은 산에 일하러 갔다고 말하며 산밭은 일하기가 어려워서 날이 저물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에 이웃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닭과 개가 유일한 가족으로 가축만 기르며 살고 있으며, 숲에 무서운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기도 하여 콩잎 따는 일도 마음 편히 못한다고 합니다. 이곳이 좋은 곳은 아니지만, 저 평지에 사는 현의 관리들이 더 무섭다는 말에서 마치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도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산에 사는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따뜻한 마음으로 조명해 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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