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양한문

어무적, <유민가(流民歌)>

by !)$@@!$ 2023. 4. 26.
반응형

■해석

유민가(어무적)

 

백성들의 어려움이여, 백성들의 어려움이여

흉년이 들어 너희는 먹을 것이 없구나

나는 너희를 구제하려는 마음은 있으나

너희를 구제할 힘이 없구나

백성들의 괴로움이여, 백성들의 괴로움이여

날은 추운데 너희는 이불도 없구나

저들은 너희를 구제할 힘은 있으나

너희를 구제하려는 마음이 없구나

원하노니 소인의 배를 뒤집어

잠시 군자다운 생각으로 바꾸고

잠시 군자의 귀를 빌려서

백성들의 말을 들어 보아라

백성들 할 말은 있으나 임금이 알지 못해

올해 백성들 모두 살 곳을 잃었다네

대궐에선 비록 백성을 근심하는 조서는 내리지만

고을에 전해질 때면 한 장의 빈 종이뿐

특별히 서울 관리를 파견하여 민폐를 물으니

역마 타고 하루 삼백 리를 달려도

우리 백성은 문턱 나설 힘도 없으니

어느 겨를에 마음속 사정을 만나서 말하랴

가령 고을마다 경관 한 사람이 있다 해도

경관은 귀가 없고 백성은 입이 없으니

급회양을 불러일으켜

죽지 않고 남은 백성들을 오히려 구하는 것만도 못하네

 

■원문

流民歌(유민가), 魚無迹(어무적)

 

蒼生難蒼生難(창생난창생난)

年貧爾無食(연빈이무식)

我有濟爾心(아유제이심)

而無濟爾力(이무제이력)

蒼生苦蒼生苦(창생고창생고)

天寒爾無衾(천한이무금)

彼有濟爾力(피유제이력)

而無濟爾心(이무제이심)

願回小人腹(원회소인복)

暫爲君子慮(잠위군자려)

暫借君子耳(잠차군자이)

試聽小民語(시청소민어)

小民有語君不知(소민유어군부지)

今歲蒼生皆失所(금세창생개실소)

北闕雖下憂民詔(북궐수하우민조)

州縣傳看一虛紙(주현전간일허지)

特遣京官問民瘼(특견경관문민막)

馹騎日馳三百里(일기일치삼백리)

吾民無力出門限(오민무력출문한)

何暇面陳心內事(하가면진심내사)

縱使一郡一京官(종사일군일경관)

京官無耳民無口(경관무이민무구)

不如喚起汲淮陽(불여환기급회양)

未死孑遺猶可救(미사혈유유가구)

 

가을벼

 

■글자풀이

  • 蒼生: 백성
  • 濟: 구제하다
  • 爾: 너(2인칭대명사)
  • 衾: 이불
  • 暫: 잠시
  • 北闕: 임금이 계신 궁궐
  • 詔: 조서
  • 瘼: 병들다
  • 馹: 역마
  • 騎: 말타다
  • 暇: 겨를, 틈
  • 縱使: 가령
  • 汲淮陽: 한나라의 훌륭한 목민관인 급암(汲黯)
  • 孑: 남다
  • 救: 구원하다

 

■감상

   어무적(?~?)의 자는 잠부(潛夫), 호는 낭선(浪仙)이며, 함종(평안남도 강서군)이 본관입니다. 어머니가 관비(官婢)이지만, 아버지의 학식을 물려받아 어려서부터 한문을 익혔습니다. 시재(詩才)도 뛰어났으나 서얼이라는 신분의 한계로 인해 과거에 응시하지 못한 채 평생 불우한 삶을 보냈습니다.

 

   1501년에 김해 백성이 겪던 어려움을 대변하는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고, 어무적이 살던 마을에 무리한 세금을 부과하자 <작매부(斫梅賦)>라는 시를 지어 관리들의 횡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미미한 신분으로 구체적인 생애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속동문선국조시산에 시가 실려 있고, 특히 유랑하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대변한 <유민탄(流民嘆)><신력탄(新曆嘆)>이 유명합니다.

 

   이 시는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당시 유민들의 어려움을 비통해하며 지은 작품입니다. 백성들은 가난과 배고픔에 고통스러워하고, 나는 그들을 구제해주고 싶지만 힘이 없다고 합니다. 반면 벼슬아치들은 백성들을 구제할 힘은 있지만, 그러한 마음이 없음을 개탄하고 있습니다. 원컨대 못된 벼슬아치들이 잠시라도 마음을 고쳐먹어서 백성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군자다운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내려오는 임금의 교지도 실천할 목민관이 없으니 빈 종이에 불과하고, 암행어사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전설적인 목민관이었던 급암을 다시 살려내서 남은 백성들이라도 구제하는 것이 좋겠다며 시상을 마무리합니다. 당대 백성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분노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