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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최치원, <등윤주자화사상방(登潤州慈和寺上房)>

by !)$@@!$ 202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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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윤주 자화사에 올라 절방에서(최치원)

 

산에 올라 잠시나마 세상사 멀리하니

흥망을 읊조리자 한은 더욱 새롭구나

뿔피리 소리 아침 저녁으로 일렁이는 물결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 고금의 사람들

서리가 옥수를 꺾어 꽃은 주인이 없는데

바람이 금릉에 따스하여 풀은 절로 봄이구나

사씨 집안의 좋은 경지 남아 있어

오랫동안 시인의 정신을 맑게 해 주네

 

■원문

登潤州慈和寺上房(등윤주자화사상방), 崔致遠(최치원)

 

等臨蹔隔路岐塵(등림잠격로기진)

吟想興亡恨益新(음상흥망한익신)

畵角聲中朝暮浪(화각성중조모랑)

靑山影裏古今人(청산영리고금인)

霜摧玉樹花無主(상최옥수화무주)

風暖金陵草自春(풍난금릉초자춘)

賴有謝家餘境在(뇌유사가여경재)

長敎詩客爽精神(장교시객상정신)

 

 

■글자풀이

  • 上房: 주지가 거하는 방장
  • 蹔: 잠시, 잠깐
  • 隔: 사이
  • 岐: 갈림길
  • 塵: 속세
  • 畫角: (대통 모양에 대나무나 가죽으로 만들어 겉에 그림을 그려 놓은)나팔의 일종
  • 浪: 물결
  • 裏: 속, 안
  • 摧: 꺾다
  • 境: 경지
  • 爽: 맑다, 시원하다

 

■감상

   최치원(857-?)은 신라 말의 학자이자 문장가로 자는 고운(孤雲)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12살에 당나라에 유학을 가서 빈공과에 합격하였습니다. 그의 부친은 "10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지 않으면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엄했으며, 고운은 보답이라도 하듯 6년 만에 합격을 하였습니다.

 

   귀국 후에는 외교문서 등을 작성하며 문장가로 주목을 받았고, 유교와 불교, 도교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경주의 6두품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토황소격문>, <추야우중> 등의 유명한 작품을 남겼고, 계원필경의 저서를 남기면서 우리나라 한문학의 비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시는 최치원이 율수현위(溧水縣尉)가 되었을 때 윤주 자화사에 올라 절방에서 지은 작품입니다. 윤주는 지금의 장쑤성(江蘇省) 전장현(鎭江縣)에 있는 주이고, 자화사는 그 주에 있는 절입니다. 시인은 산에 올라 속세를 멀리 하며 옛 역사의 흥망을 읊조리고 나니 한만 더욱 새롭다고 합니다. 초반에 바로 한이라는 주제를 드러내면서 함련과 경련에서는 주변의 자연 경물에 대한 묘사가 보입니다. 뿔피리 소리 들리는 아침저녁으로 물결이 일렁이고, 푸른 산 속에는 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고 합니다. 청각과 시각의 조화로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서리에 꺾인 옥수화는 주인도 사라졌지만, 금릉(지금의 남경)에 부는 바람은 따스하여 풀이 젖절로 봄을 알려줍니다. 예나 지금이나 봄에 푸르른 풀잎처럼 금릉도 흥망의 변화야 많았겠지만 봄은 여전히 변함없는 봄인 것입니다. 문명이 높았던 사씨 집안(금릉과 가까운 선성(宣城)의 태수를 지낸 제나라의 사조(謝脁)를 가리킴)의 좋은 유적이 남아서 길이길이 시인으로 하여금 정신을 새롭게 해준다고 하였습니다. 자화사에 올라 주변 경치를 바라보며 회고(懷古)하는 화자의 마음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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