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계랑을 그리워하며(유희경)
그녀의 집은 부안에 있고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서로 그리워해도 서로 볼 수가 없고
오동나무에 비가 내릴 때는 애간장이 타네
■원문
懷癸娘(회계랑), 劉希慶(유희경)
娘家在浪州(낭가재랑주)
我家住京口(아가주경구)
想思不相見(상사불상견)
腸斷梧桐雨(장단오동우)
■글자풀이
- 娘: 계랑
- 腸: 창자
- 斷: 끊어지다
- 梧桐: 오동나무
■감상
유희경(1545-1636)의 자는 응길(應吉), 호는 촌은(村隱)이며, 강화가 본관입니다. 박순(朴淳)에게 당시(唐詩)를 배웠으며, 효자로 이름이 났고,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나가서 싸우기도 하였습니다. 천민 출신이었지만 한시를 잘 지어 사대부들과 교유하였고, 문집으로는 《촌은집》 3권이 전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기생인 이매창을 그리워하며 지은 작품으로, 계랑은 이매창의 애칭입니다. 유희경은 매창과 사귀었는데, 1590년 경에 부안에 놀러 갔다가 계생(계생)이라는 기생을 만났는데, 그동안 스스로 기생을 가까이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파계했다는 기록이 《촌은집》에 나타나 있기도 합니다. 40대 중반의 중년과 18세 젊은 처녀의 사랑은 서로 주고받은 시로써 한층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들의 러브스토리에 대한 품격을 높여주기도 했습니다.
매창의 집은 부안에 있는데, 화자는 서울에 있으니 서로 만나고 싶어도 만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서로 그리워만 하면서 애를 태우니 화자는 비를 맞는 오동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애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에 잠기게 됩니다. 재회의 기약도 없이 애만 태우는 화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내리는 비는 아마 슬픔의 눈물일 것이기도 합니다. 대상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5언절구의 짧은 형식 속에 잘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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