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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안눌, <곡석주(哭石洲)>

by !)$@@!$ 202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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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석주의 죽음에 곡하다(이안눌)

 

내가 태어나고 늦은 것에 한할 일 없고

다만 내게 귀가 있는 것만 한할 뿐이네

모든 산에 비바람 불 때에

시옹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네

 

■원문

哭石洲(곡석주), 李安訥(이안눌)

 

不恨吾生晩(불한오생만)

只恨吾有耳(지한오유이)

萬山風雨時(만산풍우시)

聞着詩翁死(문착시옹사)

 

비 내리는 산

 

■글자풀이

  • 恨: 한하다, 원통하다
  • 晩: 늦다
  • 只: 다만
  • 耳: ~뿐이다

 

■감상

   이안눌(1571-1637)의 자는 자민(子敏), 호는 동악(東岳)이며, 덕수가 본관입니다. 18세에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나 동료들의 모함에 환멸을 느껴 문학 공부에 열중하다가 29(1599)에 다시 과거 시험에 합격하여 충청도순찰사, 형조판서, 홍문관제학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청렴하고 근면한 관리로 인정을 받아서 숭정대부가 되었으며, 병자호란 당시에 병든 몸을 이끌고 왕을 호종하여 남한산성으로 갔다가 이후에 병세가 악화되어 죽었습니다. 4천 수가 넘는 시를 남겼으며, 시를 지을 때 글자 하나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두보의 시를 좋아하고 당시(唐詩)에도 뛰어나 이태백에 비유되기도 하였고, 저서로는 동악집26권이 전합니다.

 

   이 시는 석주 권필의 부고 소식을 듣고 지은 애도시(만시)입니다. 권필은 정철의 문인으로, 평생 술과 시로 낙을 삼았으며, 이안눌은 석주와 함께 정철을 찾아가기도 하며 서로가 술과 시로 교유하는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권필은 벗인 임숙영이 광해군의 뜻을 거슬러 과거시험 합격이 취소됐다는 얘기를 듣고 <궁류시(宮柳詩)>를 지었다가 곤장을 맞고 귀향길에 올라 동대문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객사한 인물입니다.

 

   작가는 망자(亡者)보다 2살 아래인데, 늦게 태어난 것이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 대상의 죽음 소식을 들은 귀가 한스럽다고 합니다. 화자는 갑자기 불행하게 객사했다는 대상의 죽음 소식이 믿기지가 않을 것입니다. 망자의 죽음이 자연마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모든 산에는 비바람이 불면서 시옹(권필)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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