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한식(권필)
제사 끝난 들판에는 해 이미 기울고
지전 날리는 곳에 갈까마귀가 우네
적적한 산길에 사람들은 돌아가고
비는 팥배나무 한 그루 꽃잎을 때리네
■원문
寒食(한식), 權韠(권필)
祭罷原頭日已斜(제파원두일이사)
紙錢翻處有鳴鴉(지전번처유명아)
山蹊寂寂人歸去(산혜적적인귀거)
雨打棠梨一樹花(우타당리일수화)
■글자풀이
- 罷: 끝나다, 파하다
- 原: 들판
- 斜: 기울다
- 翻: 날다
- 鴉: 갈까마귀
- 蹊: 지름길
- 棠: 팥배나무
■감상
권필(1569-1612)의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이며 안동이 본관입니다. 정철의 문인으로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평생 벼슬하지 않고 야인으로 지냈습니다. 동료 문인들이 제술관(製述官)과 동몽교관(童蒙敎官)으로 추천한 적이 있으나 나아가지 않고, 강화에서 유생을 가르치며 생활했습니다.
평생 술과 시로 낙을 삼으며 지냈고, 젊을 때에는 이안눌과 함께 정철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주전론(主戰論)을 주장했고, 시재(詩才)가 뛰어나서 자기 성찰을 통한 울분과 갈등, 잘못된 사회상을 풍자하는 글을 많이 썼습니다. 저서로는 《석주집(石洲集)》이 있고, 한문소설인 <주생전(周生傳)>이 전합니다.
이 시는 권필이 우리나라 4대 명절 중에 하나인 한식날 지은 작품입니다. 한식날에 제사를 마치고 바라본 들판에는 해가 뉘엿뉘엿 기울었고, 지전을 불태워서 날리던 곳에는 갈까마귀만이 울고 있습니다. 제사를 지냈던 사람들은 적적한 산길을 따라 모두 돌아가고 팥배나무 한 그루 꽃잎 위로는 봄비가 갑자기 내리치기 시작합니다. 제사가 끝난 후 적막한 분위기와 함께 인생무상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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