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천명을 즐기며(이언적)
흥을 타고 거닐며 멀리 바라보니
저문 하늘 구름 끝에 푸른 산이 많네
아득한 우주는 끝이 없어서
굽어보고 우러러보며 길고 큰소리로 노래 부르네
■원문
樂天(낙천), 李彦迪(이언적)
乘興逍遙展眺遐(승흥소요전조하)
暮天雲盡碧山多(모천운진벽산다)
茫茫宇宙無終極(망망우주무종극)
俯仰長吟浩浩歌(부앙장음호호가)
■글자풀이
- 乘: 타다
- 逍遙: 거닐다
- 眺: 바라보다
- 遐: 멀다
- 碧: 푸르다
- 茫茫: 아득하다
- 極: 끝
- 俯: 구부리다
- 仰: 우러르다
- 吟: 읊다
■감상
이언적(1491-1553)의 자는 복고(復古), 호는 회재(晦齋)·자계옹(紫溪翁)이며, 여주가 본관입니다. 1514년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아갔고, 예조판서, 형조판서, 좌찬성 등을 역임한 문신이자 학자입니다. 주희(朱熹)의 주리론적(主理論的) 견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만의 학문적 세계를 펼쳐나갔고, 이언적이 벌인 태극의 개념에 관한 논쟁은 조선 성리학사에서 최초의 본격적인 개념 논쟁이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이언적은 조선시대 성리학을 정립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고, 주희의 주리론적 입장을 정통으로 확립하여 이황에게로 계승하면서 영남학파 성리설에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해동잡록≫에는 “이언적의 사람됨이 천성적으로 뛰어났고, 학문도 정심(爲人忠孝出天, 學問精深)”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는 천명(天命)을 즐기면서 부른 노래입니다. 화자는 흥에 겨워서 여기저기를 걸으며 먼 하늘을 바라보노라니, 저물어 가는 하늘 끝으로 푸른 산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화자가 속한 이 우주 또한 끝없이 이어져 있고, 땅과 하늘을 굽어보고 우러러보면서 터질 듯한 목소리로 길고도 호탕하게 한바탕 노래를 읊조립니다. 이언적은 스스로 자족(自足)하며 천명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와 인생관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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