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김경원과 이별하며(황진이)
삼세의 굳은 인연 제비 꼬리처럼 갈라지니
이 중에서 생사를 두 마음만은 알리라
양주에서의 꽃다운 약속 나는 어기지 않으리니
그대 도리어 두목지와 같음이 두렵기만 하네
■원문
別金慶元(별김경원), 黃眞伊(황진이)
三世金緣成燕尾(삼세금연성연미)
此中生死兩心知(차중생사량심지)
楊州芳約吾無負(양주방약오무부)
恐子還如杜牧之(공자환여두목지)
■글자풀이
- 三世: 과거, 현재, 미래
- 緣: 인연
- 燕: 제비
- 芳: 꽃답다
- 負: (책임을)지다
- 恐: 두렵다
- 子: 그대(2인칭)
- 還: 도리어
■감상
황진이(?-?)는 정확한 생몰연대를 알 수는 없지만, 재색(才色)을 겸비한 조선시대 최고의 명기(名妓)입니다. 선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시나 시조를 지었고, 가곡에도 뛰어났으며, 가야금의 묘수(妙手)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미모와 활달한 성격, 청아한 소리와 예술적 재능으로 인해 박연폭포, 서경덕과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일컬어지기도 했습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라는 시조를 비롯하여 총 8수의 시조를 남겼고, <등만월대회고>, <영반월>, <송별소양곡>, <박연> 등의 한시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경원은 조선 명종 때의 문신으로, 1553년 문과에 급제하고 충청도 병마절도사를 지냈습니다. ≪국조문과방목(國朝文科榜目)≫에 보면, 조부 김천령(金千齡)은 1496년에 식년 문과, 부친 김만균(金萬均)은 1528년에 별시 문과, 김경원은 1553년에 별시 문과에 장원하여 3대가 모두 장원으로 명성을 떨쳤던 집안이기도 합니다.
이 시는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김경원과 이별하면서 쓴 시입니다. 황진이는 대상인 김경원과 삼세의 인연일 정도로 좋은 인연이라고 말하면서 생사의 인연까지 언급을 합니다. 양주에서 서로가 헤어지지 말자고 한 약속을 나는 어기지 않을 것인데, 그대(김경원)는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두려워합니다.
두려움의 이유는 김경원이 두목지(두목)처럼 출중하고 뛰어난 미남이라서 다른 여인네들의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김경원이 황진이 자신을 잊은 것에 대한 원망과 둘 사이의 신분적 한계에서 드러나는 두려움까지도 잘 나타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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