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참새를 읊다(신광한)
참새가 누런 기장을 쪼아 먹고
날아 울면서 숲으로 모이네
밭 가운데에 어린아이가 있어
날마다 와서 쪼지 못하게 하네
참새는 먹지 못해 굶주렸는데
아이는 곡식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네
지키던 곡식은 관가의 창고로 보내고
집에 돌아가니 다만 사방의 벽뿐이라네
참새는 끝내 살이 쪘으나
아이는 굶주려서 밭을 향해 울고 있네
■원문
黃雀吟(황작음), 申光漢(신광한)
黃雀啄黃黍(황작탁황서)
飛鳴集林木(비명집림목)
田中有稚兒(전중유치아)
日日來禁啄(일일래금탁)
雀飢不得飽(작기부득포)
兒喜能有粟(아희능유속)
有粟輸官倉(유속수관창)
歸家但四壁(귀가단사벽)
黃雀終自肥(황작종자비)
兒飢向田哭(아기향전곡)
■글자풀이
- 黃雀: 참사, 소인배를 비유
- 啄: 쪼다
- 黍; 기장
- 稚兒: 어린아이
- 飢: 굶주리다
- 粟: 조(오곡의 하나)
- 輸: 나르다, 옮기다
- 倉: 창고
- 但: 다만
- 肥: 살이 찌다
- 哭: 울다
■감상
신광한(1484-1555)의 자는 한지(漢之) 또는 시회(時晦)이고, 호는 낙봉(駱峰), 기재(企齋)이며, 고령이 본관입니다. 1507년에 사마시에 합격, 1510년에 식년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아갔고, 이후 우참찬, 좌찬성, 지경연사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문장에 능하여 시문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학문을 숭상하여 많은 학도들과 교유하였습니다. 학문은 맹자(孟子)와 한유(韓愈)를 기준으로, 시문은 두보(杜甫)를 본받았으며, 청렴하고 공정한 인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저서로 ≪기재집(企齋集)≫이 있으며, 시호는 문간(文簡)입니다.
이 시는 1519년에 일어난 기묘사화로 삼척부사로 좌천되었을 때 참새를 보고 노래한 작품입니다. 작품에서 참새는 당시의 지방관이나 아전들, 아이는 백성들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1~4행에서는 참새가 밭 가운데에 있는 기장을 쪼아 먹고 숲으로 날아 모이는 모습과 그러한 참새들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묘사가 나타나 있습니다.
5~8행에서는 아이의 노고(?)로 참새를 지키며 농사를 지을 수는 있었지만, 수확한 곡식들을 모두 세금으로 내야 하는 현실에서 집에는 사방이 텅 빈 벽만 보이고 맙니다. 아마도 백성들의 착잡하고 허무한 마음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마지막 9~10행에서 참새와 아이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참새는 곡식을 배불리 쪼아 먹어 살이 쪘지만, 아이는 굶주림에 밭을 보며 울고 있는 모습에서 당시 백성들의 고달프고도 힘든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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