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규방에서의 원망(이매창)
옥 같은 동산에 배꽃은 피고 두견새 우는 밤
뜰 가득 달빛만 더욱 서럽구나
꿈에나 만나려 해도 도리어 잠은 안 오고
일어나 매화 핀 창가에 기대어 오경의 닭소리를 듣네
■원문
閨中怨(규중원), 李梅窓(이매창)
瓊苑梨花杜宇啼(경원이화두우제)
滿庭蟾影更悽悽(만정섬영갱처처)
想思欲夢還無寐(상사욕몽환무매)
起倚梅窓聽五鷄(기의매창청오계)
■글자풀이
- 閨: 아녀자가 거처하는 방
- 瓊: 옥
- 杜宇: 두견새
- 啼: 울다
- 蟾影: 달빛
- 悽: 슬퍼하다
- 寐: 잠자다
- 倚: 의지하다
- 五鷄: 오경(03~05시)을 알리는 닭
■감상
이매창(1573-1610)의 자는 천향(天香), 호는 매창(梅窓)이며, 본명은 이향금(李香今)입니다. 계유년에 태어나서 계생(癸生), 또는 계량(癸娘, 桂娘)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났고,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 허균, 이귀 등과 어울렸습니다. 유희경의 문집에 계랑에게 준 시가 10여 편 전하고, 허균의 《성소부부고》에도 계랑과 시를 주고받은 이야기가 전합니다.
가늘고 여성적 어조의 시풍과 정서를 읊은 것이 특징이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자유자재로 시를 구사하였습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춘원(春怨)>, <추사(秋思)>, <자한(自恨)> 등이 유명하며, 개성의 기생인 황진이와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이 시는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화자가 규방에서 하는 원망하는 작품입니다. 화자는 옥같이 아름다운 동산에 배꽃이 피고 두견새가 우는 밤에 뜰 가득 비친 달빛이 서럽다고 말합니다. 임이 떠나고 난 뒤에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현실에서는 만날 수가 없다는 생각에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잠을 청합니다.
그러나 임에 대한 그리움의 깊이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창가에 핀 매화를 보고 있노라니, 오경을 알리는 새벽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임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과 떠난 임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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