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취객에게 주다(이매창)
취한 손님이 비단 적삼을 잡으니
비단 적삼이 손길을 따라 찢어졌네
비단 적삼 하나쯤 아까울 것 없지만
다만 은정까지 끊어졌을까 두려워라
■원문
贈醉客(증취객), 李梅窓(이매창)
醉客執羅衫(취객집라삼)
羅衫隨手裂(나삼수수렬)
不惜一羅衫(불석일라삼)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
■글자풀이
- 贈: 주다
- 執: 잡다, 지키다
- 羅衫: 비단 적삼
- 裂: 찢어지다
- 惜: 아끼다
- 但: 다만
- 恐: 두려워하다
■감상
이매창(1573-1610)의 자는 천향(天香), 호는 매창(梅窓)이며, 본명은 이향금(李香今)입니다. 계유년에 태어나서 계생(癸生), 또는 계량(癸娘, 桂娘)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시문과 거문고에 뛰어났고,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 허균, 이귀 등과 어울렸습니다. 유희경의 문집에 계랑에게 준 시가 10여 편 전하고, 허균의 《성소부부고》에도 계랑과 시를 주고받은 이야기가 전합니다.
가늘고 여성적 어조의 시풍과 정서를 읊은 것이 특징이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자유자재로 시를 구사하였습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춘원(春怨)>, <추사(秋思)>, <자한(自恨)> 등이 유명하며, 개성의 기생인 황진이와 조선 명기의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이 시는 취한 손님에게 준 작품으로, 매창의 성향을 잘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술에 취한 손님이 명주저고리를 손으로 잡아 찢어지고 맙니다. 비싼 저고리가 찢어져서 아까울 법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손님이 준 은정까지 찢어질까봐 두렵다고 합니다. 기생의 신분으로 취객을 상대하면서도 품위와 품격을 잃지 않는 모습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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