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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김정, <농중압(籠中鴨)>

by !)$@@!$ 2023.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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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새장 속 오리(김정)

 

주인의 은혜가 결코 얕지 않은데

야성의 본성은 스스로 없애지 못하네

서리가 내린 달밤 구름 밖에서 우는 기러기를

새장 속에서 깨닫지 못하고 떠도는 것만 생각하네

 

■원문

籠中鴨(농중압), 金淨(김정)

 

主人恩愛終非淺(주인은애종비천)

野性由來不自除(야성유래부자제)

霜月數聲雲外侶(상월수성운외려)

籠中不覺意飄如(농중불각의표여)

 

오리

 

■글자풀이

  • 籠: 새장
  • 鴨: 오리
  • 淺: 얕다
  • 除: 없애다, 제거하다
  • 霜: 서리
  • 侶: 짝, 기러기
  • 飄: 떠돌다, 방랑하다

 

■감상

   김정(1486-1521)의 자는 원충(元冲), 호는 충암(冲菴고봉(孤峯)이며, 경주가 본관입니다. 1507년에 증광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해 관직에 나아가 이조정랑, 순창군수, 형조판서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사림세력을 중앙정계에 추천했고, 조광조의 정치적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조광조와 함께 사림파의 대표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해 미신타파, 향약 실시, 정국공신의 위훈삭제 등과 같은 개혁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중종의 왕후인 신씨의 복위를 주장하다가 보은에 유배되었고, 이후 기묘사화 때 제주도로 유배되었다가 다시 신사무옥(辛巳誣獄)에 연루되어 사약을 받고 죽었습니다.

 

   이 시는 새장 속에 갇힌 오리처럼 자신의 신세 또한 구속과 억압에 처한 현실을 빗대어 말한 작품입니다. 주인은 새장에 있는 오리에게 많은 사랑과 정성을 쏟아부었지만,, 오리는 끝내 야성의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새장을 탈출하려고만 합니다. 서리가 내린 가을밤에 오리는 오로지 새장 안에만 갇혀 있기 때문에 구름 밖에서 우는 기러기의 마음은 깨닫지 못하고, 오직 새장을 벗어나기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인은 당시 임금인 중종, 집오리는 자신을 비유하며, 새장은 벼슬생활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주인에게 길들여진 집오리는 나는 방법을 잊었고, 기러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내재된 야성이 되살아난다고 했습니다. 오리는 주인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하늘을 날고 싶어한 것처럼, 작가도 자유로운 현실에 대한 갈망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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