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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허난설헌, <빈녀음(貧女吟)>

by !)$@@!$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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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가난한 여인의 노래(허난설헌)

 

어찌 인물이 부족하다 하시나요

바느질 솜씨도 좋고 또 길쌈도 잘해요

어릴 때 가난한 집에서 자라

좋은 중매도 나를 알아주지 않네요

 

손에 쇠로 된 가위 잡았는데

밤이 추워서 열손가락 곧아졌네요

남을 위해 시집갈 때 옷을 만들어주지만

해마다 다시 독수공방만하네요

 

■원문

貧女吟(빈녀음), 許蘭雪軒(허난설헌)

 

豈是乏容色(기시핍용색)

工針復工織(공침부공직)

少小長寒門(소소장한문)

良妹不相識(양매불상식)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年年還獨宿(연년환독숙)

 

가위

 

■글자풀이

  • 豈: 어찌
  • 乏: 모자라다
  • 工: 잘하다
  • 復: 다시
  • 織: 길쌈
  • 把: 잡다
  • 剪: 자르다
  • 嫁: 시집가다
  • 還: 다시

 

■감상

   허난설헌(1563-1589)의 본명은 초희(楚姬)이고, 자는 경번(景樊), 호는 난설헌(蘭雪軒)이며, 양천이 본관입니다.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문장가 가문에서 성장했으며, 오빠 봉()과 동생() 사이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문학적 기질까지 뛰어나서 어릴 때에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고, 이달(李達)에게 한시도 배웠습니다.

 

   15세 무렵에 안동 김씨 성립(誠立)과 결혼하였으나 남편은 가정보다는 기녀들과의 풍류를 즐기는 바람에 부부생활이 순탄치 못했습니다. 혼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삶을 살아야 했고, 남매와 아이까지 잃는 등 비극적 아픔의 계속되다가 27세의 나이로 요절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중국 명나라 시인인 주지번(朱之蕃)에게도 문학적 소질을 인정받았고, 저서인 蘭雪軒集은 일본에서도 애송될 정도로, 조선을 대표하는 여류시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전체 4수의 오언절구의 연작시 중에서 첫째와 넷째 수입니다. 첫째 수에서는 인물도 모자라지 않고 바느질과 길쌈 솜씨도 뛰어나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까닭에 좋은 중매자리 하나 들어오지 않고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둘째 수에서는 추운 겨울에 다른 사람의 옷을 만들기 위해 가위를 집었지만, 너무나 차가워 손가락마저 얼었다고 합니다. 가난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옷만 만들며 독수공방하는 자신의 신세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화자의 삶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형상화되어 나타나 있습니다.

 

   좁은 의미로는 화자 자신의 서글픔과 고달픔을 이야기하며 시집살이의 고충을 표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넓은 의미로는 추운 겨울밤까지 남을 위해서만 옷을 만드는 여인네의 삶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표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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