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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허균, <무제(無題)>

by !)$@@!$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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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무제(허균)

 

한 그루 드리운 버드나무가 흰 담장에 붙어서

한밤중 잡고 넘어 서쪽 행랑으로 들어가네

붉은 난간 밖에서 등불을 옮기던 시녀가

작게 소리 낮추어 임을 부르고 있네

 

■원문

無題(무제), 許筠(허균)

 

一樹垂楊接粉墻(일수수양접분장)

夜深攀過入西廂(야심반과입서상)

移燈侍女紅欄外(이등시녀홍란외)

小語低聲喚玉郎(소어저성환옥랑)

 

버드나무

 

■글자풀이

  • 垂: 드리우다
  • 楊: 버드나무
  • 墻: 담장
  • 攀: 잡다
  • 廂: 행랑, 곁채
  • 欄: 난간
  • 喚: 부르다
  • 玉郎: 사랑하는 임

 

■감상

   허균(1569-1618)의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학산(鶴山백월거사(白月居士)이며, 양천이 본관입니다. 아버지는 서경덕의 문인으로 학자이자 문장가인 엽()이고,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던 봉()과 난설헌(蘭雪軒)이 형제입니다. 5세부터 글을 배우고 9세에 시를 지었으며, 유성룡에게 학문과 이달에게 시를 배웠습니다. 1594년에 정시문과에 을과로 급제하고, 이후 첨지중추부사, 형조참의, 좌참찬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유교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학문의 기반을 유교에 두고 있지만, 불교의 오묘한 진리와 도교의 신선사상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국문학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었고, <유재론(遺才論)>, <정론(政論)>, <관론(官論)> 등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저서로는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학산초담(鶴山樵談), 국조시산(國朝詩刪)등이 있습니다.

 

   이 시는 남녀 간의 은밀한 밀애를 읊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집 담장에는 한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는데, 화자는 한밤중에 그 버드나무를 잡고 서쪽 행랑으로 들어갑니다. 붉은 난간 밖에서 등불을 옮기던 시녀는 화자를 보고 작은 소리로 임을 부르고 있습니다.

 

   허균이 인륜도덕을 어지럽혔다는 후대의 부정적 평가로 비추어 보면, 이 작품은 당대 선비로서 드러내놓기 어려운 남녀의 사랑[情慾]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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