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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허난설헌, <곡자(哭子)>

by !)$@@!$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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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자식을 잃고(허난설헌)

 

작년엔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슬프고 슬프구나, 광릉 땅에

한 쌍의 무덤이 서로 마주 보고 일어섰네

쓸쓸한 백양나무에 바람이 불고

도깨비불은 소나무와 오동나무를 밝혀주네

종이돈으로 너희의 혼을 부르고

맹물을 너희들 무덤에 따르네

당연히 알지, 너희 남매의 혼이

밤마다 서로 따라서 노닌다는 것을

비록 배 속에 아이가 있어도

어찌 정성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부질없이 <황대사>만 읊조리니

피눈물이 나와 슬픔으로 목매네

 

■원문

哭子(곡자), 許蘭雪軒(허난설헌)

 

去年喪愛女(거년상애녀)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蕭蕭白楊風(소소백양풍)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紙錢招汝魂(지전초여혼)

玄酒奠汝丘(현주전여구)

應知兄弟魂(응지형제혼)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縱有腹中孩(종유복중해)

安可冀長成(안가기장성)

浪吟黃臺詞(낭음황대사)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소나무

 

■글자풀이

  • 蕭蕭: 쓸쓸한 모양
  • 汝: 너(2인칭)
  • 楸: 오동나무
  • 招: 부르다
  • 玄酒: 맹물
  • 奠: 제사지내다
  • 丘: 무덤
  • 縱: 비록
  • 孩: 어린아이
  • 安: 어찌
  • 冀: 바라다
  • 浪: 헛되이
  • 黃臺詞: 당나라 장회태자 이현(李賢)이 지은 노래로, <黃臺瓜辭>라고도 함
  • 呑: 삼키다

 

■감상

   허난설헌(1563-1589)의 본명은 초희(楚姬)이고, 자는 경번(景樊), 호는 난설헌(蘭雪軒)이며, 양천이 본관입니다. 강원도 강릉 출생으로, 문장가 가문에서 성장했으며, 오빠 봉()과 동생() 사이에서 글을 배웠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문학적 기질까지 뛰어나서 어릴 때에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고, 이달(李達)에게 한시도 배웠습니다.

 

   15세 무렵에 안동 김씨 성립(誠立)과 결혼하였으나 남편은 가정보다는 기녀들과의 풍류를 즐기는 바람에 부부생활이 순탄치 못했습니다. 혼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삶을 살아야 했고, 남매와 아이까지 잃는 등 비극적 아픔의 계속되다가 27세의 나이로 요절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중국 명나라 시인인 주지번(朱之蕃)에게도 문학적 소질을 인정받았고, 저서인 蘭雪軒集은 일본에서도 애송될 정도로, 조선을 대표하는 여류시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제목에서 나타난 것처럼 연달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화자는 작년엔 딸과 올해는 아들을 연이어 잃은 부모의 심정을 3구에서 한마디로 슬프고 슬프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땅에 묻혀 마주 하고 있는 자식들의 무덤가에 있는 백양나무에는 쓸쓸한 바람만이 불고, 소나무와 오동나무에는 도깨비불이 비춰주고 있습니다. 남매의 혼이 밤마다 서로 따라 노니는 모습을 상상하며, 부질없이 <황대사>만 읊조리는 작가는 피눈물이 나와 슬픔으로 목이 메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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