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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달, <야좌유회(夜坐有懷)>

by !)$@@!$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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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밤에 앉아 회포가 있어(이달)

 

관서지방을 떠돈 지 오래되었건만

금년 봄도 또 돌아가지 못하네

객의 베개에는 시름만 찾아들고

고향 산천에 이르는 꿈은 없네

당시 일은 전쟁 속에 있고

생애는 도로 사이에 있네

은근히 한 창 안에 드는 달빛만이

밤마다 늙은 얼굴 비추어 주네

 

■원문

夜坐有懷(야좌유회), 李達(이달)

 

流落關西久(유락관서구)

今春且未還(금춘차미환)

有愁來客枕(유수래객침)

無夢到鄕山(무몽도향산)

時事干戈裏(시사간과리)

生涯道路間(생애도로간)

 

달빛

 

■글자풀이

  • 關西: 평안남북도
  • 且: 또
  • 愁: 근심
  • 鄕山: 고향
  • 간과: 전쟁, 무기
  • 裏: 속, 안

 

■감상

   이달(1539-1612)의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이며 홍주가 본관입니다. 당시 유행하는 송시(宋詩)를 배웠고, 정사룡(鄭士龍)으로부터 두보의 시도 배웠습니다. 또한 이백, 왕유, 맹호연의 시에서 나타나는 오묘한 이치와 작품 세계를 깨달아 당시(唐詩)도 열심히 익혔습니다.

 

   시풍이 비슷한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과 시사(詩社)를 맺었고, 이들을 아울러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고도 합니다. 이달은 서자였기 때문에 신분의 제약에서 생기는 울적한 심정과 상처를 기본 정조로 하였지만, 따뜻한 시어들도 많이 구사하였습니다. 제자 허균은 <손곡산인전>에서 이달의 시는 맑고도 새로웠고, 아담하고도 고왔다(淸新雅麗)”라며 극찬하였으며, 시집으로는 손곡집이 전해집니다.

 

   이 시는 밤에 앉아 있다가 회포가 일어 지은 작품으로, 화자의 고독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화자는 관서지방으로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면서 올해는 고향에 갈 수 있을지 기대했는데, 역시나 올해도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결국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시름이 베개에 묻어나 향수에 젖어들게 하였고, 고향에 대한 꿈이라도 꾸고 싶지만 그마저도 꿀 수가 없다고 합니다. 당시는 전쟁 상황이라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현실이고, 창 안으로 들어오는 은근한 달빛에 늙어서 초라해진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면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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