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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달, <무제(無題)>

by !)$@@!$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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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무제(이달)

 

곳곳에서 말 발자국 많이 만나는데

가고 또 가며 마차 먼지 피하네

장안의 거리 위 꽃과 버들 속엔

반이 고관과 귀인들이네

 

■원문

無題(무제), 李達(이달)

 

處處多逢馬跡(처처다봉마적)

行行且避車塵(행행차피거진)

長安陌上花柳(장안맥상화류)

半是高官貴人(반시고관귀인)

 

 

■글자풀이

  • 逢: 만나다
  • 跡: 자취
  • 避; 피하다
  • 陌: 거리

 

■감상

   이달(1539-1612)의 자는 익지(益之), 호는 손곡(蓀谷)이며 홍주가 본관입니다. 당시 유행하는 송시(宋詩)를 배웠고, 정사룡(鄭士龍)으로부터 두보의 시도 배웠습니다. 또한 이백, 왕유, 맹호연의 시에서 나타나는 오묘한 이치와 작품 세계를 깨달아 당시(唐詩)도 열심히 익혔습니다.

 

   시풍이 비슷한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과 시사(詩社)를 맺었고, 이들을 아울러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고도 합니다. 이달은 서자였기 때문에 신분의 제약에서 생기는 울적한 심정과 상처를 기본 정조로 하였지만, 따뜻한 시어들도 많이 구사하였습니다. 제자 허균은 <손곡산인전>에서 이달의 시는 맑고도 새로웠고, 아담하고도 고왔다(淸新雅麗)”라며 극찬하였으며, 시집으로는 손곡집이 전해집니다.

 

   이 시는 6언시로 어느 평범한 봄날에 일어난 일상의 경험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화자는 거리에서 고관(高官)과 귀인(貴人)들이 탄 마차를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장안(서울)의 거리에 꽃과 버들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고관과 귀인 뿐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서울의 거리에는 어딜 가든지 오로지 고관과 귀인들만 판치는 세상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에 은은하게 풍자의 성격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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