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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들판의 눈(이양연)
눈을 뚫고 들판을 걸을 때
모름지기 그 발걸음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아침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원문
野雪(야설), 李亮淵(이양연)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글자풀이
- 穿: 뚫다
- 不須: 모름지기 ~하지 않는다
- 胡亂: 거칠고 어지럽다
- 跡: 발자취, 발자국
- 遂: 마침내, 드디어
- 程: 이정표
■감상
이양연(1771-1853)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자는 진숙(晋叔), 호는 임연(臨淵)이며, 본관은 전주(全州)입니다. 1830년에 음보(蔭補)로 선공감에 제수되었고, 이후 공조참의, 호조참판 등을 역임했습니다. 성리학에 정통하였고, 시문학에도 뛰어났으며, 사대부로서 농민들의 참상을 드러내는 민요시를 많이 지었습니다. 대표적인 민요시에는 <촌부(村婦)>, <전가(田家)>, <해계고(蟹鷄苦)> 등이 있으며, 시문집으로 ≪임연당집≫이 있습니다.
시인은 어느날 눈길을 헤치며 들판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문득 자신의 가는 길을 생각해보면서 내가 가는 이 길이 후세 사람들에게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으니, '누가 쳐다보지 않더라도 똑바로 걸어가자'라는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내가 똑바로, 올바르게 가지 않으면 후세 사람들에게 나쁜 선행(先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누가 뭐라 해도 내 자신이 떳떳하게 바르게 살아가자'라는 다짐으로도 읽힐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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