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두보의 시를 읽고(이색)
금리 선생이 어찌 가난하리오
두릉 뽕밭 삼밭에 또 봄이 돌아왔네
발 드리우고 환약 지으니 몸에 병은 없고
종이에 바둑판 그리고 긴 바늘을 두드려 낚시 만드니 천진하기도 하구나
우연히 난리를 만나 절의를 더할망정
쇠하고 늙었어도 정신이야 손상하겠는가
고금의 절창을 누가 이으리
남은 향기와 기름을 후인들에게 남겨주는구나
■원문
讀杜詩(독두시), 李穡(이색)
錦里先生豈是貧(금리선생기시빈)
桑麻杜曲又回春(상마두곡우회춘)
鉤簾丸藥身無病(구렴환약신무병)
畵紙敲針意更眞(화지고침의갱진)
傀値亂雜增節義(괴치난잡증절의)
肯因衰老損精神(긍인쇠로손정신)
古今絶唱誰能繼(고금절창수능계)
勝馥殘膏丐後人(승복잔고개후인)
■글자풀이
- 豈: 어찌
- 桑: 뽕나무
- 麻: 삼
- 簾: 발
- 敲: 두드리다
- 針: 바늘
- 傀: 크다, 성하다
- 値: 값
- 損: 덜다
- 馥: 향기
- 殘: 남다
- 膏: 기름
- 丐: 빌다
■감상
이 시는 고려 말의 학자인 목은 이색(1328-1396)이 중국의 시성(詩聖)인 두보의 한시 <강촌>을 읽고, 그에 대한 감회를 쓴 칠언율시의 작품입니다. 이색은 두보의 시를 최고로 극찬하며, 그를 본받고자 하였고, 시의 격조나 현실비판에 대한 정신을 배우고자 하였습니다.
두련의 '금리선생'은 두보가 금관성에 살아서 부른 호칭입니다. 함련의 3구는 두보의 시에 밭이나 약에 관한 구절이 많고, 4구는 두보의 시 <강촌>의 구절을 인용해 왔습니다. 경련에서는 난리를 만난 두보의 절의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두보는 당시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을 시로 잘 나타냈는데, 특히 '안록산의 난' 이후로 민중들의 현실을 더욱 체감하게 되면서 그의 절의는 더욱 배가(倍加)되었습니다.
경련은 이러한 두보의 절의 정신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련의 마지막 구는 당나라의 문장가인 원미지(元微之)가 "남은 기름과 남은 향기가 후세의 시인에게까지 혜택을 준다"라면서 두보의 시를 예찬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보의 시를 읽고 그의 정신을 본받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목은시고≫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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