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서림사 벽에 쓰다(소식)
가로로 보면 산맥, 가까이에선 솟은 봉우리
높낮이와 원근이 위치에 따라 다르네
여산 진면목을 모르는 것은
이 몸이 산 안에 있기 때문이라네
■원문
題西林壁(제서림벽), 蘇軾(소식)
橫看成嶺側成峰(횡간성령측성봉)
遠近高低各不同(원근고저각부동)
不識廬山眞面目(불식여산진면목)
只緣身在此山中(지연신재차산중)
■글자풀이
- 橫: 가로
- 嶺: 재, 산맥
- 側: 곁
- 峰: 봉우리
- 廬山: 중국 강서성(江西省)에 있는 산
- 只: 다만
■감상
소식(1036-1101)은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과 함께 '삼소(三蘇)'라 불릴 정도로, 집안 모두가 문장에 뛰어나서 당송팔대가에 속해 있습니다. 호는 동파(東坡), 자는 자첨(子瞻)이며, 동파거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조정의 정치를 비판하는 시를 많이 지었고, 구양수, 매요신과 함께 송나라 시를 발전시켰습니다. 자유분방하고 절묘한 비유와 유머를 담은 시풍을 보였고, 시의 소재도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호방한 시풍을 확립하였습니다. 저서로는 ≪동파집≫ 40권, ≪동파후집≫ 20권이 있습니다.
이 시는 선시(禪詩)라고 불릴 정도로 관점의 차이에 따라서 대상이 달라지는 철학적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장소와 각도에 따라서 여산의 진면목이 다르게 바뀌는 현상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인식도 지각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한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산은 기(奇, 기이함), 수(秀, 빼어남), 험(險, 험함), 웅(雄, 웅장함)의 매력을 모두 가진 유명한 산으로, 불교와 도교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산의 모습이 달라지고 항상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좀처럼 그 진면목을 제대로 보기 힘든 것처럼, 사물도 그 정체를 알기 힘들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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