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김거사의 집을 방문하다(정도전)
가을 구름은 아득하고 사방의 산은 비었는데
낙엽은 소리도 없이 온 땅을 붉게 하네
시냇가 다리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 물으니
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알지 못했구나
■원문
訪金居士野居(방김거사야거), 鄭道傳(정도전)
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
不知身在畵圖中(부지신재화도중)
■글자풀이
- 漠漠: 아주 멀어서 아득한 모양
- 四山; 사방의 산, 온 산
- 滿地: 온 땅
- 溪: 시내
- 橋: 다리
- 畵圖: 그림
■감상
정도전(1342-1398)은 이성계를 도와서 제도를 개혁하고 조선을 개국한 핵심 주역 중에 한 명인 정치가이자 학자입니다.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峰)이며, 봉화(奉化)가 본관입니다. 고려 말기의 사회적 모순을 혁파하였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1383년 이성계와 세상사를 논하며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을 일으킬 때 도왔으며, 1392년 이성계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해 조선왕조를 개창해서 각종 제도의 개혁과 정비를 통해 조선왕조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저서의 대부분이 부전(不傳)되었고, 문집인 ≪삼봉집≫에 일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화자는 친구의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우거진 산속에 떠 있는 구름, 땅에 깔린 낙엽들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배어나게 하고 있습니다. 서늘한 가을 기운을 머금고 붉게 물든 산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시냇물이 흐르는 다리 근처에 이르러서 산속의 풍경을 바라보니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며, 화자는 마치 자신이 그림 속에 있는 줄을 몰랐다며, 그림과 같은 풍경을 보며 감상에 젖어 있습니다. 거사를 찾아갔던 산골의 가을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그 풍경에 도취된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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