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강남녀(최치원)
강남 땅은 풍속이 음탕하여
딸자식을 요염하게 키운다네
천성이 요염해서 바느질은 싫어하고
단장하고 거문고 타는 일뿐
우아한 곡조는 배우지 못했으니
춘정에 많이 이끌리네
아름답고 꽃다운 그 맵시는
언제나 청춘일 것으로만 여기네
가난한 이웃집 여자들
온종일 베틀 놀리는 걸 비웃네
아무리 땀을 흘려 비단을 짜도
비단옷은 너에게 돌아가지 않을 걸
■원문
江南女(강남녀), 崔致遠(최치원)
江南蕩風俗(강남탕풍속)
養女嬌且憐(양녀교차련)
冶性恥針線(야성치침선)
粧成調管絃(장성조관현)
所學非雅音(소학비아음)
多披春心牽(다피춘심견)
自謂芳華色(자위방화색)
長占艶陽年(장점염양천)
却笑隣舍女(각소린사녀)
終朝弄機抒(종조롱기서)
機抒縱勞新(기서종영신)
羅衣不到汝(나의부도여)
■글자풀이
- 江南: 양자강의 남쪽 지역
- 蕩: 음탕하다
- 嬌: 아름답다
- 針線: 바느질
- 粧: 단장하다, 꾸미다
- 披: 헤치다
- 春心: 춘정, 연정, 사랑의 마음
- 芳華色: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
- 占: 차지하다
- 陽年: 청춘
- 機抒: 베틀
- 弄: 비웃다
- 羅衣: 비단옷
- 汝: 너(2인칭대명사)
■감상
최치원(857-?)은 신라 말의 학자이자 문장가로 자는 고운(孤雲)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12살에 당나라에 유학을 가서 빈공과에 합격하였습니다. 그의 부친은 "10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지 않으면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엄했으며, 고운은 보답이라도 하듯 6년 만에 합격을 하였습니다.
귀국 후에는 외교문서 등을 작성하며 문장가로 주목을 받았고, 유교와 불교, 도교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경주의 6두품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토황소격문>, <추야우중> 등의 유명한 작품을 남겼고, ≪계원필경≫의 저서를 남기면서 우리나라 한문학의 비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오언고시의 작품은 강남의 풍속에 초점을 맞추어 빈부의 사회적 갈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치에 젖어서 사는 천박한 여인이 열심히 일하는 이웃집 여인을 비웃는 모습은 중국 강남 땅의 타락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냅니다. 천성이 요염하고 바느질을 싫어하는 여인은 춘정에 가득 차서 관현악기를 타가며 자신의 젊음은 영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종일 고생하며 베틀을 짜가면서 남 좋은 일만 하는 여인을 비웃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이 두 여인의 인생은 마찬가지입니다. 두 여인을 상류층과 하류층의 여성의 삶을 대조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기생과 일하는 여성으로 보기도 하지만, 두 여인의 삶은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이 시는 기교가 가미되지 않은 형식으로, 당대의 풍속을 가볍게 풍자하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최치원의 이색 작품으로 평가받는 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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