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사람을 수안군에 보내며(황정욱)
시의 재주 우뚝 솟아 무리 중에서 뛰어난데
벼슬길 이지러졌으니 너무나도 기구하구나
모든 일 인생은 각기 운명이 있으니
많고 많은 세상사는 편안하게 보시게나
■원문
送人赴遂安郡(송인부수안군), 黃廷彧(황정욱)
詩才突兀行間出(시재돌올행간출)
宦路蹉跎分外奇(환로차타분외기)
摠是人生各有命(총시인생각유명)
悠悠餘外且安之(유유여외차안지)
■글자풀이
- 赴: 나아가다
- 兀: 우뚝하다
- 蹉: 넘어지다
- 跎: 헛디디다
- 摠: 모두
- 悠悠: 많은 모양
■감상
황정욱(1532-1607)은 호는 지천(芝川), 자는 경문(景文)으로,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시인입니다. 1588(선조8)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판서와 대제학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손녀가 선조의 아들 순화군(順和君)과 혼인하여 외척으로서 권력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때 순화군과 함께 강원도, 함경도 지방에서 의병을 모집하다가 왜장에게 잡혀 포로가 되었고, 난이 끝난 후에 함경도 길주에 유배되었습니다.
이 시는 1604년에 좌천되어 수안군수로 떠나는 허균을 보내면서 지은 시입니다. 허균의 벼슬길도 순탄하지가 않았고, 수많은 파직 끝에 부여받은 벼슬이 수안군수였습니다. 허균도 화자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서로의 불우한 처지에서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합니다.
1구에서는 먼저 허균의 뛰어난 재능을 말하고, 이어서 2구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직으로 나가야 하는 허균의 기구한 처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이러한 것들 또한 인생의 운명이므로 세상사 모든 일에 편안하게 대처하라는 당부의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주변 자연물의 묘사나 화자의 직접적 감정 표출은 없지만, 시적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전해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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