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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강세황, <노상소견>

by !)$@@!$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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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길에서 만난 여인(강세황)

 

비단 버선 물 위를 걷듯 가벼이 가더니

한 번 중문에 들어가선 종적 묘연하네

다정하여라, 잔설이 남아 있어

낮은 담장 가에 머물렀던 발자국이 찍혀 있네

 

■원문

路上所見(노상소견), 姜世晃(강세황)

 

凌波羅襪去翩翩(능파라말거편편)

一入重門便杳然(일입중문변묘연)

惟有多情殘雪在(유유다정잔설재)

屐痕留印短墻邊(극흔류인단장변)

 

■글자풀이

  • 羅襪: 비단 버선
  • 翩翩: 가벼이 날아가는 모양
  • 重門: 대문을 지나서 있는 문
  • 杳然: 묘연하다
  • 殘: 남다
  • 屐: 나막신
  • 痕: 흔적
  • 墻: 담장
  • 邊: 가장자리

발자국

 

■감상

   강세황(1713-1791)은 조선 후기에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로 불리던 화가이자 문관, 평론가입니다. 본관은 진주이며, 자는 광지(光之), 호는 표암(豹菴)입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을 지녔으나 61세가 되어서야 영조의 배려로 벼슬길에 나아갔으며, 영릉 참봉, 한성부 판윤 등을 거쳤습니다. 인생 전반이 불우한 삶이었기에 그러한 불우함을 시서화의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였고, 김홍도에게 그림을 가르친 스승으로도 유명합니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을 보고, 느낀 감정을 애틋하게 풀어낸 7언절구의 작품입니다. 1구에서는 가볍게 걸어가고 있는 여인을 보면서 작가는 뒤를 밟으며, 중문으로 사라지는 여인의 모습에 아쉬워합니다. 종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화자는 다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을지도 모릅니다. 후반부에서는 담장가에서 발견한 발자국의 흔적을 보면서 여인의 발자국임을 알아챘고, 여인 또한 자신 향한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서로가 연인은 아니더라도 화자와 여인이 이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호감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신선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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