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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대통령, 언격(言格)을 높이자

by !)$@@!$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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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막말이 불러온 국격의 훼손과 국치(國恥)


조선왕조는 태조의 건국부터 1910년 한일합방까지 모두 519년 동안의 왕조를 지켜온 나라입니다. 500년이 넘는 왕조의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근거리에서 왕이 자경(自警)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사관(史官)이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비록 낮은 벼슬의 직급이었지만, 지존 또한 두려워하는 존재였습니다. 2인 1조로 짝이 되어 각각 왕의 오디오와 비디오를 담당하면서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연산군도 세상에 그 누구도 무서울 것이 없었지만, 자신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는 사관들만은 늘 껄끄러운 존재였음을 "오직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人君所畏者, 史而已)"라는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가 거대한 참화(慘禍)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좌전≫에서도 영원히 썩지 않는 삼불후(三不朽) 중에 하나로 언(言)을 거론했을 정도로, 말에는 항상 책임감과 진정성이 따라야 합니다. 진실함을 담은 신뢰의 말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이 곧 사람인 셈입니다. 공자도 삼부지(三不知) 중에 하나라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言, 無以知人也)"라고 하였습니다. 맹자 또한 한쪽으로 치우쳐 편파적인 '피사(詖辭)', 큰소리로 함정에 빠진 '음사(淫辭)', 정도에서 벗어난 '사사(邪辭)', 책임을 전가하는 '둔사(遁辭)'의 말들을 경계하였습니다. 말이 지닌 위대함과 무게감을 설파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우리는 자신의 말만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나라의 녹봉을 받는 분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자신의 말만 쏘아 올리다가 허공에서 부질없이 충돌하고 말뿐, 애초에 상대의 말을 듣겠다는 의지는 없습니다. 벼락이 산을 깨도 귀 막은 자는 듣지 못하는 것처럼, 오직 자신의 귀를 막고 말폭탄만 쏟아붓는 모양새입니다.

공격적으로 내던지는 말이다 보니, 상대에 대한 예의나 좋은 말이 나올 리도 만무합니다. 일반적으로 혼자 하는 말은 '언(言)'이고 타인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어(語)'라고 한다면, 이들의 말에는 '언'만 있고 '어'는 없는 것입니다.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선택적 청취'를 하면서 오로지 아무말 대잔치만 난무(亂舞)합니다. 말의 품격을 '언격(言格)'이라고 한다면, 이들의 말은 속되고 저속한 말인 '언격(諺格)'에 지나지 않을까 합니다.

말은 귀천을 가리지 않기에 누구나 조심하고 신중해야 하지만, 특히 지도자나 위정자의 말에는 더욱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합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도 모두 역사의 기록이므로, 여반장(如反掌)의 식언(食言)처럼 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의 의미도 담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잠시 빌려준 자리임을 명심하고, 타인의 말을 이해하고 곡직(曲直)을 구분하여 치정(治政)의 혜안을 갖추는 것이 지도자에게는 필요한 것입니다. 말은 단순히 음성언어만의 스킬이나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과 가치관, 나아가 본성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삼사일언(三思一言)의 신중함을 갖춘다면 우리가 하는 말이 품격 있는 선비의 언격(彦格)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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