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가을 아침에 거울을 보며(설직)
나그네 마음이 낙엽에 놀라
밤에 앉아 가을바람 소리를 듣네
아침에 내 얼굴과 수염을 보니
이내 생애가 거울 속에 있네
■원문
秋朝覽鏡(추조람경), 薛稷(설직)
客心驚落木(객심경락목)
夜坐聽秋風(야좌청추풍)
朝日看容鬢(조일간용빈)
生涯在鏡中(생애재경중)
■글자풀이
- 驚: 놀라다
- 聽: 듣다
- 鬢: 귀밑털
- 鏡: 거울
■감상
설직(649-713)의 자는 사통(嗣通)이며, 포주 분음(汾陰) 출신의 당나라 서예가입니다. 태자소보(太子少保)를 지냈기 때문에 당시에 설소보(薛少保)라고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평론가들은 “설직이 저수량의 서법뿐만 아니라 새롭고 기이한 경지를 열었다”라고 하면서 그의 필법을 극찬하였습니다.
저수량파의 1인자였으나 저수량, 구양순, 우세남처럼 새로운 서법의 일파를 창시하지는 못했지만, 그들과 함께 당나라의 사대가(四大家)로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태자태보(太子太保)와 예부상서(禮部尙書) 등을 지냈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신행선사비(信行禪師碑)>가 있으며, 《전당시(全唐詩)》 등에 14수의 한시가 전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가을날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서 쓴 한시입니다. 길 가는 나그네는 낙엽이 지는 것을 보고 또 어느덧 한 해가 저물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떨어진 잎사귀를 보며 서글퍼지는 마음에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조용한 밤에 가을바람 소리만 듣고 있습니다. 기나긴 밤을 지나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바라보니, 저물어가는 한해가 심란했는지 하룻밤 사이에 얼굴은 초췌해졌고 수염 또한 센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시인은 깊어가는 가을을 마치 청춘 시절이 다 지나간 인생에 빗대어 흘러가는 인생에 대한 탄식이 잘 나타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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