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
근정전(변계량)
찬란한 금빛 궁궐이 첩첩의 산을 비추는데
옥 같은 나무 푸르러 경치가 여유롭네
구천의 하늘문에 밝은 빛이 열리니
선비들은 오경에 궁궐에 모여드네
민심은 순식간에 이합집산하니
역대의 흥망성쇠는 거울로 삼아야 하네
나랏일 처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해 기울어 꽃 그림자 난간으로 올라왔네
■원문
勤政殿(근정전), 卞季良(변계량)
煌煌金殿照層巒(황황금전조층만)
樹葱籠景氣閒(수총롱경기한)
閶闔九天開日月(창합구천개일월)
衣冠五夜集鴛鸞(의관오야집원란)
衆心離合分毫忽(중심이합분호홀)
百代興衰可鑑觀(백대흥쇠가감관)
裁決萬機猶未罷(재결만기유미파)
日斜花影上欄干(일사화영상난간)
■글자풀이
- 煌: 빛나다
- 層: 층
- 巒: 산
- 葱: 파, 푸성귀
- 景氣: 경치
- 閶闔: 전설상의 천문(天門), 궁전(宮殿)
- 五夜: 오경(五更)으로 새벽 3시~5시
- 鴛鸞: 한나라 궁전의 이름으로, 조정 관리를 말함
- 毫忽: 아주 짧은 시간
- 鑑: 거울
- 萬機: 임금이 보는 여러 가지 정무(政務)
- 罷: 끝나다
- 斜: 기울다
- 欄干: 난간
■감상
변계량(1369-1430)의 자는 거경(巨卿), 호는 춘정(春亭)으로, 밀양(密陽)이 본관입니다. 어려서부터 고시를 외우고 글을 지으면서 총명함을 인정받았고, 1382년에 진사시, 이듬해에 생원시에도 합격하였습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에 정도전, 권근으로 이어지는 관각문학가(館閣文學家)의 대표적 인물이고, 수문전제학, 의정부참찬, 대제학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화산별곡(華山別曲)>, <태행태상왕시책문(太行太上王諡冊文)>을 지어서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찬양하였고, 저서로는 ≪춘정집≫이 전해집니다.
이 시는 근정전의 하루 일과를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근정전은 조선시대 국가의 중대한 의식을 거행했던 궁궐로, 지금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유적입니다. 이곳은 신하들의 조하(朝賀)를 받거나 정령(政令)을 반포하는 정전(正殿)이며, 사신을 맞아들이거나 양로연(養老宴)의 행사를 하던 곳입니다.
작품에서는 근정전이 뒤에 있는 첩첩의 산들과 조화롭게 솟아 있고, 옥 같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좋은 경치를 이루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경이 되자 관리들이 조정으로 모여들고, 수시로 변하는 민심을 잘 받들고자 역대의 흥망성쇠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무(政務)에 바빠서 아직 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화자는 해 지는 노을에 꽃 그림자가 아름답게 비친 난간에 올라가 아름다운 풍광에 빠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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