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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일연, <쾌적수유>

by !)$@@!$ 202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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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잠시 쾌활한 일(일연)

 

잠시 쾌활한 일 마음에 맞아 한가롭더니

근심 속에 남모르게 젊은 얼굴 늙어졌네

모름지기 황량이 다 익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인생이 한 꿈과 같음을 깨달을 것을

몸 닦는 것 잘못됨은 먼저 성의에 달린 것

홀아비는 미인 꿈꾸고 도둑은 재물 꿈꾸네

어찌 가을날 하룻밤 꿈만으로

때때로 눈을 감아 청량의 세상에 이르리

 

■원문

快適須臾(쾌적수유), 一然(일연)

 

快適須臾意已閑(쾌적수유의이한)

暗從愁裏老蒼顔(암종수리로창안)

不須更待黃梁熟(불수갱대황량숙)

方悟勞生一夢間(방오로생일몽간)

治身臧否先誠意(치신장부선성의)

鰥夢蛾眉賊夢藏(환몽아미적몽장)

何似秋來淸夜夢(하사추래청야몽)

時時合眼到淸凉(시시합안도청량)

 

■글자풀이

  • 快適: 기분이 상쾌한 일
  • 須臾: 잠시, 잠깐
  • 暗: 어둡다
  • 蒼顔: 젊은 얼굴
  • 黃梁: 메조, 찰기가 없는 조
  • 悟: 깨닫다
  • 鰥: 홀아비
  • 蛾眉: 미인
  • 賊: 도둑
  • 淸凉: 이상향, 극락세계

 

삼국유사

 

■감상

   일연(1206-1289)은 고려 충렬왕 때의 스님으로, ≪삼국유사≫를 편찬한 승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는 회연(晦然), 호는 무극(無極)이며, 속세의 이름은 김견명(金見明)입니다. 원종 2년 선월사에 머물면서 지눌의 법맥(法脈)을 계승했고, 충렬왕 3년에 명에 따라 운문사에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하였습니다. 그는 특정한 신앙이나 종파에 얽매이지 않고 불교신앙을 표방했으며, 선종과 교종을 막론하고 많은 불교 서적을 편찬하였습니다.

 

   이 시는 <조신설화>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한시 형식으로 나타낸 작품입니다. <조신설화>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이 부질없다는 것을 조신이라는 인간의 일생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2구는 조신설화에서 조신이 짝사랑하던 태수의 딸과 혼인하여 속세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가 결혼 40년이 지난 후 세상의 풍파로 힘들고 자식이 죽는 고통과 아내와 헤어진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3,4구에서는 그러한 모든 것들이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이 인생이 허무하고 부질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후반부에서는 몸을 닦는 것이 정성스러운 뜻에 달려 있는데, 홀아비는 미인을 꿈꾸도 도둑은 재물을 꿈꾸듯이 인간은 끝없는 욕심으로 욕망을 충족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7,8구는 그렇기 때문에 인간세상을 초월한 이상세계에 도달하는 것이 하룻밤 꿈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고 말하면서 결국 인생의 허무함을 깨달아 부귀영화에 집착하지 말자는 깨달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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