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말글

목숨과 생명

by !)$@@!$ 2022. 10. 30.
반응형

(예제)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더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 풀 한 포기에도 (목숨/생명)이 깃들어 있다.
  • 스스로 (목숨/생명)을 끊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1. '목숨'보다 '생명'이 더 큰 의미

   '목숨'은 '사람이나 동물이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힘'이라는 의미이고, '생명'은 '유기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살아 있는 상태'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때 '목숨'은 '목[首]'과 '숨[息]'이 합해진 순우리말입니다. 사람의 신체 기관인 목이 들어간 만큼 동물이나 사람에게 사용하고, 식물이나 무생물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생명'은 한자어인 '生命'을 사용하며, 동식물을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물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때 '생=삶'이고 '명=목숨'을 의미하기 때문에 '목숨'보다 외연이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목숨과 생명

 

2. '목숨'은 능동적, '생명'은 수동적

   사람이나 동물의 '목숨'은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다니면서 삶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의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의 법칙에만 의존해서 살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힘이 미칠 수 없는 외부의 초월적인 힘의 작용을 받아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인간이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수동적인 의미의 '생명'인 것입니다.

 

   '목숨'은 사는 것이 고생스럽다는 어감도 들어가 있어서 어려움을 참고 견딘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만, '생명'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생명'을 이어가는 일이 하늘로부터 주어진 자연에 속하는 것이라면, '목숨'을 이어가는 일은 고달픈 인생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생명'은 신성하고 초월적인 것이라서 인위적으로 끊거나 마음대로 버릴 수가 없는 것이고, '목숨'은 "자식을 위해서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처럼 교환이나 거래의 조건으로도 내세울 수가 있는 것입니다.

 

3. '목숨'은 구체적, '생명'은 추상적

   '목숨'은 생명 에너지가 우리의 현세적인 몸을 통해 구현된 것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한 사람의 의미로 쓰입니다. "엄마의 뱃속에서 목숨이 자라고 있다", "목숨을 잉태하다", "가난한 집안에 목숨이 태어났다"가 어색한 이유는 아직 실제적인 한 인간으로 태어나기 이전의 존재이거나 너무 어려서 성인과 똑같은 존재로 여기기가 어렵다는 의식 때문입니다.

 

   반면 '생명'은 '생명선, 생명수, 생명윤리, 생명보험' 등처럼 복합어나 비유적인 표현으로 많이 쓰입니다. "이 물건의 생명은 견고함에 있다", "김 의원은 정치가로서 생명을 잃었다" 처럼 '생명'이 사물의 존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그 자신만의 특성을 가리킬 때 사용합니다.

 

   정리하면 '목숨'은 동물(특히 사람)에게만 사용하며 주체의 의지나 가치판단의 개입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상에게 많이 쓰이지만, 비유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생명'은 사람이나 동물, 식물과 사물 모두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주체의 의지나 가치판단의 개입이 불가능하며 추상적 개념이기 때문에 비유적으로도 자주 쓰입니다.

 

<정답>생명, 목숨

반응형

'참말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둥이와 엉덩이  (0) 2022.11.05
암수를 구분하는 표준어  (0) 2022.10.31
밑과 아래  (0) 2022.10.28
광경과 장면  (0) 2022.10.27
씨와 씨앗  (0) 2022.10.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