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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글

밑과 아래

by !)$@@!$ 202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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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

아래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적당할까요.(정답은 제일 아래에 있습니다.)

  • 중국 여행에서 오른 면산은 발 (밑으로/아래로) 구름이 깔려 있었다.
  • 엄마는 항상 나를 다리 (밑에서/아래에서) 주워왔다고 말씀하셨다.

 

바다 아래

 

■설명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편하게 구분 짓지 않고 쓰는 말 중에 하나가 '밑'과 '아래'입니다. 두 단어의 차이점을 몰라도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구어(입말)인 경우에만 해당하고, 문어(글말)인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아래에 있는 쓰임새의 차이를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밑: 밑 빠진 독, 땅 밑, 물 밑, 책상 밑, 산 밑, ···

   -아래: 아랫배, 아랫마을, 아랫니, 하늘 아래, 지도 아래, ···

 

   두 단어의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먼저 '밑'은 사물의 일부이거나 그 사물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는 부분이나 공간을 말합니다. '밑 빠진 독'에서 '밑'은 항아리의 아래쪽을 막고 있는 부분을 말하고, '책상 밑'도 책상다리 안쪽, 상판의 바로 아래쪽 공간, 책상에 앉은 사람이나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래'는 '위'와 짝이 된 경우이거나 사물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전자는 '위'라는 상대적 짝이 있을 때 쓰며, '아랫배'나 '아랫사람'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후자는 '산 밑에 핀 진달래'라고 하면 진달래가 산의 일부로서 산에 포함되는 것이고, '산 아래 동네'라고 하면 동네가 산에서 멀지 않은 만큼만 벗어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밑'은 붙어 있고, '아래'는 떨어져 있다고 이해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또한 위태로우면 '밑', 평화로우면 '아래'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아들이 김과장 밑에서 일한다"라는 말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직급이나 업무상 관계가 밀접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이순신 장군의 지휘 아래 병사들이 작전을 개시했다"는 말에는 장군과 병사들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전자의 문장에서 '아들'과 '김과장'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서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후자의 문장은 '이순신 장군'과 '병사들'이 서로 얼굴도 모르기 때문에 정서적인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독재자의 폭정 밑에서'라고 하면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 증오와 적대감, 폭군에 신음하는 민중의 고통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반면 '대왕의 통치 아래'라는 표현은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 사이에 존경과 사랑, 성군의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백성의 기쁜 함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밑'은 사물의 아랫부분이나 사물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는 공간으로, 강렬하면서도 위태로운 느낌의 단어입니다. '아래'는 사물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아래쪽의 공간을 말하며, 멀리 있기에 느슨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정답>아래로,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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