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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김극기, <고원역>

by !)$@@!$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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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고원역(김극기)

 

뜬 구름같은 인생 백 년 오십이 가까운데

험한 세상길에 건널 나루 적구나

서울 떠나 삼 년 무슨 일 이루었나?

만 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만 이 몸뿐이라네

숲새는 정이 있어 나그네를 보고 울고

들꽃은 말 없이 웃으며 사람을 붙잡네

시마가 재촉하는 곳에 와서 괴로워하노라니

궁한 근심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시 짓느라 괴롭구나

 

■원문

高原驛(고원역), 金克己(김극기)

 

百歲浮生逼五旬(백세부생핍오순)

崎嶇世路少通津(기구세로소통진)

三年去國成何事(삼년거국성하사)

萬里歸家只此身(만리귀가지차신)

林鳥有情啼向客(임조유정제향객)

野花無語笑留人(야화무어소류인)

詩魔催處來相惱(시마최처래상뇌)

不待窮愁已苦辛(부대궁수이고신)

 

■글자풀이

  • 高原驛: 함경도 고원군에 있던 역 이름
  • 逼: 닥치다
  • 崎: 험하
  • 嶇: 험하다
  • 津: 나루
  • 啼: 울다, 지저귀다
  • 詩魔: 시흥(詩興)을 자제할 수 없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힘
  • 催: 재촉하다
  • 惱: 괴로워하다
  • 苦辛: 괴롭다

들꽃

 

■감상

   김극기(약1145-1209)는 고려 중기 명종 때의 문인으로, 호는 노봉(老峰)입니다. 낮은 벼슬살이를 전전해가면서 여행을 자주 하였고, 전국 곳곳의 명승과 고적을 읊은 시를 많이 남겼습니다. 150여 권의 많은 문집을 남겼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김거사집(金居士集)≫만이 전하며, ≪동문선≫과 ≪동국여지승람≫ 등에 여러 편의 시가 남아 있습니다.

 

   이 시의 화자는 험난한 인생의 길에서 건널 나루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津)'은 학문이나 사업의 길에 들어서는 입구를 비유한 것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상실감과 고달픔이 주된 정서를 이루고 있지만, 후반부에서는 그 정서가 반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숲 속의 새와 들꽃, 원래는 무정물(無情物)인 이들이 정을 머금고 화자를 반기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화자의 정서가 이 무정물들에 감정이입이 된 것이지만, 화자는 도도한 시흥을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작가는 '시마(詩魔)'로 표현한 것입니다. 마지막 구에서는 현실의 고통을 시로써 승화하는 시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반대로 작가가 느끼는 현실의 고통이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다가오면서도 그것이 가슴을 진하게 울리는 그러한 여운을 주는 훌륭한 표현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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