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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윤선도, <우음>

by !)$@@!$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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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우연희 읊다(윤선도)

 

눈은 청산에 있고 귀는 거문고에 있으니

세상의 어떤 일이 내 마음에 이르리오

가슴 가득한 호연지기 알아주는 이 없으니

한 곡 미친 노래 홀로 스스로 읊조리네

 

■원문

偶吟(우음), 尹善道(윤선도)

 

眼在靑山耳在琴(안재청산이재금)

世間何事到吾心(세간하사도오심)

滿腔浩氣無人識(만강호기무인식)

一曲狂歌獨自吟(일곡광가독자음)

 

■글자풀이

  • 琴: 거문고
  • 到: 이르다, 다다르다
  • 滿腔: 가슴 가득
  • 浩氣: 호연지기(사람의 마음에 차 있는 넓고 크고 올바른 기운)
  • 狂: 미치다
  • 吟: 읊조리다

거문고

■감상

   윤선도(1589-1671)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孤山)입니다. 벼슬은 예조참의를 지냈으며, 1636년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고 강화도로 갔으나 화의를 맺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 해남의 보길도에 은거하였습니다. 그가 남긴 75수의 시조는 우리말의 새로운 뜻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철과 더불어서 조선 시가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문집으로는 ≪고산유고≫가 있습니다.

 

   이 시의 전반부를 보면 그냥 청산을 바라보고 거문고를 듣는 모습이 아닌 듯합니다. 청산을 사랑하고 거문고 소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늘 눈은 청산에 가 있고 귀는 거문고에 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느 겨를에 세간의 잡다한 일들에 마음이 흔들릴까요. 

 

   그러나 화자가 세상 잡사(雜事)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유가 후반부에 나와 있습니다. 가슴 가득한 호연지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광가(미친 노래)'를 홀로 부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광(狂)'은 뜻이 커서 세속의 규범에 어긋나는 것을 가리키므로, 이 말은 거꾸로 말하면 자신만의 고고한 정신적 깨달음의 높이, 그것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 사람의 속안(俗眼)을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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