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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이숭인, <제승사>

by !)$@@!$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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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승방에 쓰다(이숭인)

 

산에 난 가는 길 남북으로 나뉘고

비 머금은 송홧가루 어지러이 떨어지네

도인이 물 길어 띠집으로 돌아와

한 줄기 푸른 연기 흰 구름 물들이네

 

■원문

題僧舍(제승사), 李崇仁(이숭인)

 

山北山南細路分(산북산남세로분)

松花含雨落繽紛(송화함우락빈분)

道人汲井歸茅舍(도인급정귀모사)

一帶靑煙染白雲(일대청연염백운)

 

■글자풀이

  • 細路: 가는 길
  • 含: 머금다
  • 繽: 어지럽다
  • 紛: 어지럽다
  • 汲: 물을 긷다
  • 茅舍: 띠집, 초가집
  • 煙: 연기
  • 染: 물들이다

 

산 구름

 

■감상

   이숭인(1349-1392)은 고려 말기의 문신이자 학자로, 자는 자안(子安), 호는 도은(陶隱)입니다. 고려시대 삼은(三隱)의 한 사람으로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고, 공민왕 때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은 밀직부사에 이르렀으며, 시인으로 이름을 날려 목은 이색이 중국에서도 드문 문장가라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도은시집≫ 5권이 있습니다.

 

   시의 전반부를 보면 멀리 산자락에 난 작은 길이 가늘면서도 분명하게 남북으로 나뉘어 있고, 간밤에 비가 왔는지 비를 머금어 더욱 푸르른 소나무들은 어지러이 송홧가루를 흩날리고 있습니다. 그 속에 작은 초가집 하나, 굴뚝에서 나오는 푸른 연기는 곧장 한 줄기로 솟아 산 중턱에 낮게 깔린 흰 구름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도인(스님)이 차를 끓이는 듯하며,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산속의 정경이지만, 그 속에 사는 도인의 한가로운 정취가 독자에게 오롯이 느껴지는 듯하기도 합니다. 스님이 사는 집을 그렸지만, 집 자체를 그렸다기보다 그 분위기를 그려서 주제를 표현하는 동양 산수화의 특징이 여실히 잘 나타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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