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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김시습, <사청사우>

by !)$@@!$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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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사청사우(김시습)

 

언뜻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고 비 오다가 다시 개니

하늘의 도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나를 기리다가 문득 돌이켜 나를 헐뜯고

공명을 피하더니 도리어 스스로 공명을 구함이라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릴고

구름 가고 구름 오되 산은 다투지 않음이라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기억해 알아 두라

기쁨을 취하려 한들 어디서 평생 즐거움을 얻을 것인가를

 

■원문

乍晴乍雨(사청사우), 金時習(김시습)

 

乍晴還雨雨還晴(사청환우우환청)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應還毁我(예아변응환훼아)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寄語世人須記憶(기어세인수기억)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글자풀이

  • 乍: 잠깐
  • 晴: 날이 개다
  • 況: 하물며
  • 譽: 기리다
  • 便: 곧, 문득
  • 毁: 헐다, 헐뜯다
  • 逃: 피하다
  • 謝: 시들다, 지다
  • 管: 주관하다, 다스리다
  • 須: 모름지기

 

 

■감상

   김시습(1435-1493)은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으로 강릉사람입니다.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단종의 폐위를 반대하여 방랑생활을 하였고, 그의 문학성은 세종도 천재시인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선비이면서도 승려가 되는 기행도 하고,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금오신화≫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삐뚤어진 세상을 냉철하게 바라본 천재이자, 농민의 고통을 대변한 저항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느새 날이 개는가 싶더니 다시 비가 내리고, 그러다가 다시 비가 오는 날씨처럼 세상 일도 그렇게 변덕스럽기만 합니다. 이렇듯 오락가락하는 날씨처럼 세상 인심도 나를 칭찬하던 사람은 어느새 나를 욕하고 다니고, 자신은 공명(功名)을 피한다고 하면서도 도리어 그것을 이용해 공명을 구합니다.

 

   그러나 저 피고 지는 꽃들과 오고 가는 구름들을 한번 보십시오. 하찮은 부귀공명에 매여 인생을 안달할 것이 아니라 자연의 위대함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세상 사람들을 청자로 설정해 놓고 변덕스러운 인간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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