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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삶을 살자

by !)$@@!$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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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가 없는 구관조의 말

   구욕새는 남쪽 지방에서 나는 새로, 구관조(九官鳥)라고도 합니다. 사람들이 이 새를 그물로 잡아서 말하는 법을 훈련시키면 한참이 지나서 사람의 말을 흉내낼 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단지 몇 마디 말만 흉내를 내는데 그칠 뿐이라서 하루종일 부르짖어도 그저 몇 가지 어휘에 불과할 정도로 사용량은 미미했습니다.

 

   어느 날인가 매미가 뜰에서 울고 있는데, 구관조가 그 소리를 듣고는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매미가 구관조에게 "네가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니 참으로 좋구나. 그렇지만 네가 하는 말은 진정한 말이라고 할 수가 없어. 어떻게 내 생각대로 마음껏 우는 나만 같겠냐?"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들은 구관조는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하였으며, 이후로 죽을 때까지 다시는 사람의 말을 흉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숙상자(叔詳子)≫에 나오는 '구욕학설(鴝鵒學舌)'이라는 말로 '구관조가 사람의 말을 따라 배운다'라는 의미입니다.

 

   구관조라는 명칭은 옛날 태국 관리들 아홉 명이 등산을 하다가 새끼새 아홉 마리를 발견하였는데, 각자 한 마리씩 집으로 가져가 키우다가 성장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냈는데도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돌며 어린아이의 말을 해서 붙여졌다는 속설이 전합니다. 울음도 사람과 비슷하여 지금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언어까지도 따라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지능을 지니고 있어서 애완용으로도 사육되었지만, 고전에서는 딱히 좋은 대접은 못 받은 것 같습니다.

 

   노나라 문공(文公) 시기 동요에는 "구관조 날아와 둥지를 트니 공이 나가서 욕을 당하도다(鸜之鵒之, 公出辱之)"라면서 불운을 불러온다고 여겼습니다. ≪세시기≫에는 "단옷날에 구관조가 털이 금방 난 새끼를 취하여 기르는데 모두 말을 잘하므로 먼저 혀끝을 잘라낸다"라고 하였고, ≪동의보감≫에는 말이 어눌한 사람도 구관조 새끼의 혀를 자르면 말을 잘하게 된다고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말을 따라 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는 신기해도 그저 다른 소리를 모방하는 데만 그치는 면에서는 부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구관조

 

■내 말의 주체가 되어 나답게 살기

   구관조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주견이나 줏대가 없이 남의 흉내만 내기에 급급한 사람을 비꼬아서 하는 말로 쓰입니다. '줏대'는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하게 지켜가면서 내세우는 기질을 말합니다. 이 말은 원래 수레바퀴 끝에 틈이 벌어지기 쉬운 끝부분을 둘러 감아 갈라지지 않도록 꿰매어 싼 쇠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파생되어 마음과 행동이 곱지 않아서 좌우로 흔들리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줏대가 없는 사람'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마음의 본바탕인 심지(心地)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리며 나약함을 감추는 데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타인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경박자(輕薄子)의 가벼운 몸짓으로 경거망동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철학이나 주견(主見)이 없이 단지 상대에 따라서 '약강강약'의 변화하는 처세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덤입니다. 자신의 소신이 없이 남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 다시 말해 부화뇌동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주동적·능동적 의지는 배제한 채 수동적·타율적 행동으로 타인에게 끌려다니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라'라는 말은 현실을 이겨내고 운명을 극복해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하여 주도적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나의 주체가 되어 내 삶을 사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소수의 성공적인 삶을 살다간 사람들만이 이뤄낼 정도로 어렵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주체인 나를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온전히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요즘처럼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져만 가는 현실에서 이것만이 나답게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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