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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28

호우(好雨)주의보를 바라며 1. 계곡 장유의 석 달 가뭄보다도 사흘 비가 견디기 힘든 법인데, 열흘 넘게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고, 벽장엔 푸른 이끼꽃마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간밤에는 초가집이 들썩들썩할 정도로 천둥이 쳤고, 아침 하늘은 아직도 노기(怒氣)를 잔뜩 머금은 상태입니다. 음기가 발동한 용 한 마리가 제멋대로 까불면서 물속에 가증스럽게 똬리를 틀어 비를 뿌린다는 유언(流言)이 떠오를 정도로 계곡물은 무섭게 차오르고 있습니다. 천제(天帝)에게 호소하고 싶어도 주재자가 하는 일을 모두 알 수도 없는 노릇, 이 비를 맞으며 힘겹게 부역하는 백성들의 모습만이 스쳐 지나갑니다. 진흙탕 길에 메고 지며 고생하는 백성들을 생각하니 창가에 누운 자신의 한가로움이 마냥 미안한 심정입니다. 이는 조선 .. 2023. 6. 17.
세계 금연의 날 ■조선의 담배 1616년 광해군 때, ‘남쪽에서 들여온 신령스러운 풀’은 조선에 빠르게 정착하여 뿌리를 내립니다. 남령초(南靈草)로 불리는 이 풀은 들어온 지 5년도 안된 사이에 일파만파로 조선 팔도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풀을 태워 연기를 흡입하면 아프던 몸도 개운하게 만들어서 하얀 연기는 17세기 조선 의학의 구세주가 된 것입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이것’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풀로, 가래침이 목구멍에 붙어서 뱉어도 나오지 않을 때, 구역질이 나면서 침이 뒤끓을 때, 소화가 안 될 때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가슴이 조이면서 신물이 올라올 때나 한겨울에 추위를 막는 데도 유익하다며 만병통치의 신약(神藥)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4대 문장가인 장유는 “구절초처럼.. 2023. 4. 3.
부부의 날 ■금슬의 의미 ≪삼국사기≫에 의하면 진(晉)나라 사람이 칠현금(七絃琴)을 고구려로 보내오면서 통일신라 시대 음악을 주도한 악기는 거문고였습니다. 이전의 악기에 비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여백이 있고 아정(雅正)한 기품을 지녔기에 여러 가지 악기 가운데 으뜸인 백악지장(百樂之丈)이 된 것입니다. 반면 비파는 왕소군이 장안을 떠나 흉노로 갈 때 구슬픈 이별의 마음을 악기에 실어 기러기까지 홀린 악기라서 손가락으로 줄을 타는 발현(拔弦) 악기 중 최고봉으로 일컬어집니다. 이 두 악기에 가야금이 합해지면 우리가 말하는 삼현(三絃)이라는 악기가 되는 것입니다. 조선 전기 학자 권호문은 에서 청량산의 맑은 시냇물을 비파소리에 비유했고, 조선 중기 휴정스님은 이라는 시에서 거문고 가락이 주는 여운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2023. 4. 3.
장애인의 날 ■장애인에 대한 세종의 사랑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임금으로 조선시대 세종대왕을 꼽는 것에는 거의 이의가 없을 듯합니다. 세종은 지금까지도 우리가 가장 존경하고 추앙하는 성군(聖君)으로 국민들 가슴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장애인의 날과 스승의 날에서 '세종대왕'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뽑아낸다고 하면 더욱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수직적 신분제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정책을 펼친 것과 많은 위인 중에 세종의 생일을 스승의 날로 정해 학생들의 사표(師表)가 되라는 것은 그에 대한 우리 국민의 남다른 애정도가 담겨 있습니다. 세종이 아직까지 국민에게 존숭을 받는 주된 이유가 훈민정음의 업적뿐만이 아니라 백성을 사랑한 애민정신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종 13년(1321)에 박연은 .. 2023.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