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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춘야독작(2)-술에 대한 예의를 다하며

by !)$@@!$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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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예를 다하다

   술을 마실 때는 먼저 그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처음 주법(酒法)을 배우는 군자의 마음으로 오만한 마음을 경계하고 선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인(俗人)의 마음에서 마치 취마(醉魔)가 일어나듯이 온갖 마심(魔心)이 일어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술이라는 것은 속인(俗人)이 마시면 흥락(興樂)을 얻고, 무인(武人)이 마시면 강락(剛樂)을 얻고, 군자(君子)가 마시면 청락(淸樂)을 얻고, 도인(道人)이 마시면 선락(仙樂)을 얻는다고 하였다. 세상 만물지중(萬物之中)에 이러한 신약(神藥)이 또 어디 있으랴.

 

   마음의 정리가 끝나면 조용히 병을 든다. 술병에 들어있는 술은 태극의 상태로서 하늘의 기운이 아직 운행하지 않은 것이라면, 술병의 술이 잔에 부어질 때 하늘의 기운이 아래로 흐르고, 잔을 받들어 올리는 것은 땅의 기운이 상승하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만나면 주객의 취흥은 본격적으로 발동하여 조용히 잔을 들이키다.

 

   잔을 한 번에 모두 비우는 것을 '명(明)'이라고 한다. 일명 완샷인 것이다. 두 번에 비우는 것은 '주(周)', 세 번에 비우는 것은 '진(進)'이라 하였다. 네 번이 지나서 비우는 것을 '지(遲)'라고 하였고, 아홉 번이 지나도 술잔에 술이 남아 있으면 그 사람은 술 마실 자격이 없다고 하였다. 허나 술을 잘 마신다고 하는 것은 많이 마심을 의미하지 않는다. 난잡하지 않게 그 맛을 음미하면서 바르게 마시는 것을 말한다. 술 마시는 절도를 모르는 자가 많이만 마시면 남의 정을 해치게 되며 차라리 적게 마시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다시 천지의 교합(交合)을 위해 술병을 기울인다. 잔을 두 손으로 받는 것은 공경하는 뜻이 담겨 있으니 주객의 기본자세이다. 오늘은 술을 따라줄 상대가 없으니, 내가 작인(酌人)도 된다. 자작(自酌)이 다행인 것은 술잔을 돌릴 필요가 없어서 좋다. 술은 남편에 비유되고 술잔은 부인에 해당하므로 술잔을 함부로 돌리는 것이 아니다.

 

주객, 이백을 바라다

   남의 잔에 술을 채우는 것은 인(仁)이고, 내가 먼저 잔을 받고서 상대가 따른 후에 병을 바로잡아서 상대에게 따르는 것은 인(仁)을 행함이 민첩한 것으로 지극히 아름다운 것이다. 잔을 들이켤수록 밤은 깊어가고 밤하늘엔 주성(酒星) 대신 달이 그 자리를 외로이 지키고 있다. 오늘의 달이 어제의 달과 다르지 않으련만 주객은 이백을 코스프레하며 요란한 심사를 달에게 전이시킨다[파주문월(把酒問月), "푸른 하늘에 달이 뜬 지가 그 몇 해이던고. 내 지금 술잔 멈추고 한번 너에게 묻노라. 사람은 밝은 달을 부여잡을 수가 없는데, 달은 도리어 사람과 함께 서로 따르눈구나(靑天有月來幾時, 我今停杯一問之, 人攀明月不可得, 月行却與人相隨)"].

 

   취기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드디어 우화등선(羽化登仙)의 경지에 이른다. 술과 주객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시면 취해야 한다. 취하지 않으면 디오니소스에 대한 모독이다. 다만 취함에도 정도(正道)가 있어야 한다. 술에 취해 평상심을 잃는 자는 신용(信用)이 없는 자이며, 우는 자는 인(仁)이 없는 자이며, 화내는 자는 의(義)롭지 않은 자이다. 술에 취해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예의(禮儀)가 없는 자이고, 남과 따지는 자는 지혜(智慧)가 없는 자라 하였다. 술을 마시기 전보다 마신 후가 더욱 중요한 이유이다. 술을 받아들이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약주가 될 수도, 독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롯이 술의 덕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객은 이렇게 술과 하나가 되어 천하를 소유하게 된다. 호기가 탱천하여 세상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두보도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서 "이백은 술 한 말에 시가 백 편인데, 장인의 저잣거리 술집에서 자기도 하고,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으면서 신이 바로 술 가운데 신선이라 자칭하였네."라고 하였다. 취기가 주객의 온 몸을 운행하며 그 형기(形氣)가 본연의 기운을 다할 때쯤, 취도(醉倒)하여 자연과 하나가 된다[우인회숙(友人會宿), "술에 취해 빈 산에 드러누우면, 하늘과 땅이 바로 이불과 베개라네(醉來臥空山, 天地即衾枕)"].

 

   주객은 꿈꾼다. 취몽(醉夢)에 이백을 만나서 이차를 상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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