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마음의 주인은 안녕하신가요?
■해석
허형이 몹시 더운 날에 하양을 지나갈 때 갈증이 아주 심했다. 마침 길에 배나무가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다투어서 취하여 먹었으나, 그는 홀로 바르게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세상이 어지러워 이 배나무는 주인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허형이 말하기를 "배나무는 주인이 없을지라도 내 마음에 어찌 주인이 없겠는가."라고 하였다.
■원문
許衡(허형)이 暑中(서중)에 過河陽(과하양)할새 渴甚(갈심)이러니 道有利(도유리)하여 衆爭取食(중쟁취식)이나 而獨危坐(이독위좌)어늘 或言(혹언) 世亂(세란)하여 此無主(차무주)라 하니 曰梨無主(왈리무주)나 吾心豈無主乎(오심기무주호)아 하더라.
■글자풀이
- 許衡: 원나라 때의 학자
- 暑; 더위
- 過: 지나다
- 河陽: 중국의 지명
- 渴: 목마르다
- 甚: 심하다
- 取食: 따서 먹다
- 而: 그러나(역접)
- 危: 바르다
- 或: 어떤 사람
- 豈~乎: 어찌 ~하겠는가
■감상
이 글은 이덕무가 지은 ≪사소절(士小節)≫에 나오는 글입니다. 이 책은 1675년 이덕무가 선비, 부녀자, 아동들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수신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지은 수신서(修身書)입니다. 허형(1279-1368)은 주자학을 원나라의 정치이념으로 하게 만든 학자입니다. ≪소학≫을 나라의 기본이라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고, 그를 존경하는 조선의 학자들은 뛰어난 학자를 빗대는 인물로 허형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 보이는 것처럼 주인이 없는 사물은 누구나 함부로 하기 쉽습니다. 취해도 죄책감이 없다고 느끼는지 '양심의 가책' 유무를 운운하는 것도 무의미합니다. '양심'은 어떤 행위를 할 때 시비(是非)와 선악(善惡)을 구별하는 도덕적 기준을 말합니다. 인간이라면 양심이 있어야 하고, 양심이 있기에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스스로 양심을 선택해 지키는 것이 내 마음의 주인을 지키는 것이니, 내 마음의 주인은 양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무인점포가 급증하면서 절도 사건도 많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니 절도뿐만 아니라 범죄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점포의 창업만 장려할 것이 아니라 사건의 예방이 더욱 중요하고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내 마음의 주인을 지키는 양심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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