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IN

국민, 권력을 경계하는 빛

by !)$@@!$ 2022. 10. 23.
반응형

■민심을 거스른 권력

   초나라 영왕(靈王)은 가는 허리의 여자만 좋아할 정도로 호색(好色)이 병적으로 지나친 군주입니다. 궁녀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여자들에게도 오직 가는 허리를 강요하여 굶어 죽는 여자들이 생기게 되었고, 이에 분노한 백성들은 영왕이 잠시 수도를 비운 사이에 반란을 일으킵니다. 백성의 마음에서 벗어난 영왕은 산속을 헤매며 굶주리다가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영왕의 동생 비(比)를 추대했지만, 소심한 그는 영왕이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만을 걱정하였습니다. 반면 또 다른 동생 기질(棄疾)은 상대적으로 권력욕이 강하여 영왕이 살아 돌아온다는 유언비어를 활용하였고, 이를 무서워한 비는 결국 자결하였습니다. 기질이 왕위에 오르니 그가 바로 초나라 평왕이었습니다. 왕위에 오른 평왕은 영왕을 빗대어 "국민의 분노는 물불과 같아서 폭발하면 수습할 길이 없다(衆怒如水火, 不可救也)"라고 하였습니다. 민심을 거스른 권력은 반드시 종말을 불러온다는 문장으로 ≪사기≫, <초세가>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위정자의 역할

   법에 명시되어 있듯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국민이 부여한 특권이 권력입니다. 국민이 국가이고, 국민의 특권을 부여받은 권력은 그에 부응하고 따를 책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권력의 정점은 만기친람(萬幾親覽)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므로, 국민들은 모든 것을 잘하기를 바라진 않습니다. 대신 뚜렷한 정책과 소신을 갖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최고 권력의 모습을 바라는 것입니다. 한번 믿고 맡긴 권력에 대해 현명한 국민들은 최대한의 인내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민심에 역행하는 권력으로 자격을 상실한다면 그 자리를 내려놓게 하는 것도 국민의 역할인 것입니다.

 

   잘못은 누구나 합니다. 사람이기에 잘못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에 대한 반성이 있기에 용서도 뒤따르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에는 남다른 용기도 필요합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용단(勇斷)을 내리는 것도 권력을 가진 자의 참된 모습입니다. 그러기에 공자는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라고 하면서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고도 하였습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태도가 우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국민의 혈세로 녹봉을 받는 자들이라면 책임론은 더욱더 커지기 마련이고, 권력의 중심은 변명의 구실만 늘어놓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도 모자라서 주변의 상분지도(嘗糞之徒)와 같은 무리들이 권력의 딸랑이(?) 노릇을 한다면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촛불

 

■국민이 주인

   ≪사기≫, <주본기>편에는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기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것[逆民]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가는 것[愛民]이 위정자들의 역할이라는 것을 역사는 줄곧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시 광화문 광장에 촛불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광장의 세종대왕은 어떠한 심정일지 궁금합니다.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고 추앙하는 세종대왕이 많은 선정을 펼칠 수 있었던 핵심에는 애민사상이 있었습니다. 모든 국민은 하늘이 내린 백성[天民]이라는 마음으로 상하귀천 모두를 평등하고 동등하게 대우했으며, 오로지 백성이 근본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내년에는 위정자들의 정치(政治)가 아니라 국민이 중심이 되는 정치(正治)를 기원해 봅니다.

반응형

'시사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로, 언론과 권력을 잇는 소통의 길  (0) 2022.10.25
21세기 사관인 언론의 역할  (0) 2022.10.25
배려하는 음주 문화  (0) 2022.10.22
돼지에게 바라는 것은 삼겹살이 아니다  (1) 2022.10.17
미꾸라지의 꿈  (1) 2022.10.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