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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돼지에게 바라는 것은 삼겹살이 아니다

by !)$@@!$ 202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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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돼지

   ≪주역≫, <중부괘>를 설명하는 글에는 돼지를 물고기와 함께 무지한 동물의 대표로 묘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돼지는 조급하고 물고기는 사리에 어두워서 이러한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감동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사람의 신의가 그만큼 진실하다는 것입니다. 

 

   ≪산림경제≫, <식기(食忌)>의 기록에도 물에 뜨는 돼지고기는 먹으면 안 되고, 메밀과 함께 하면 머리가 빠지며, 쇠고기와 같이 먹으면 촌백충(寸白蟲)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여타의 문헌에서도 돼지의 용도는 가장 미천하고 하찮은 것이나 소인을 의미하는 것에서부터 불순한 탐욕을 부리는 대상, 왜적과 오랑캐를 빗대어 쓰는 부정적 이미지가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관상학에서도 돼지가 마냥 좋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심술이 올바르지 않고 탐욕스러운 인상을 시시(豕視)라고 일컬었고, 중국 최초로 뇌물죄를 선고받아 죽은 춘추시대 대부인 양설부도 탐욕의 돼지상을 지닌 인물로 전해지고 잇습니다. 돼지와 관련한 속담도 한결같이 부정 일색입니다. 이렇듯 돼지에 대한 이미지가 고약하게 묘사된 원인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나 친근해서 나오는 만만함(?)의 또 다른 표현이거나 호사가들의 시샘이 섞인 의도적 폄하이지는 않을까 생각합니다.

 

 

■복 많은 돼지

   그만큼 돼지는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친숙한 동물입니다. 집에서 기를 수 있는 소와 말, 양, 닭, 개와 더불어 육축(六畜)의 하나로 불렸으며, 동춘당 송준길은 천산(天産)이라고 일컫기도 했습니다. 농경사회의 특성상 제의의 희생양이자 길조를 부르는 영물로도 꾸준히 대우받아 왔습니다. 후덕한 생김새로 인해 다산과 풍년을 상징하여 재물과 복을 불러온다는 믿음은 너무나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돼지 입에다 돈을 물려 연신 절을 올리기 바쁘며, 죽어서도 웃는 돼지가 더 높은 몸값을 받는 현실이 되었으니, 꿈에서라도 간절히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고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삼겹살일 것입니다. 맛과 영양, 건강 면에서 단연 으뜸이기 때문에 외식이나 회식 자리에서 선호하는 메뉴 1위로 당당하게 꼽힐 정도이니까요. 너무나 많은 인기로 국내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입에도 의존할 정도라고 하니, 남녀노소 전 국민의 애호 식품이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나라와 경제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돼지처럼 우리 모두에게 재복(財福)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실언(失言)한 것을 지키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여 약속을 지킨 것처럼, 돼지도 우리에게 다복(多福)을 내려준다고 약속을 하지 않을까 스스로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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