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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새해, 벽(癖)에 미친 사람이 되자

by !)$@@!$ 2023.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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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고 싶은 버릇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본격적으로 밝았습니다. 60간지에서 40번째에 해당하는 '계묘(癸卯)'년으로, 토끼는 예로부터 우리 인간과 함께 하며 귀엽고 순하며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왔습니다. 더구나 다산과 장수, 평화와 번영을 상징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하루하루를 힘차게 시작하자고 굳은 약속을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여전히 먹구름에 가려 암담하기만 합니다. 매년 청년실업률은 최고점을 찍고 있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준비생들도 해마다 증가하고만 있는 현실입니다. 대졸 출신의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族)이 갈수록 증가하여 몇 년 전에는 OECD 국가 중에서 3위라는 불명예까지 얻은 마당에 프리터(Freeter, free+arbeiter)족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자위(自慰)하는 현실이 된 것입니다. 그래도 암담한 현실을 탓할 수만도 없는 청춘이기에 '흙수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오늘도 운동화 끈을 다시금 질끈 조여 매게 만들기도 합니다.

 

   통계를 보면 새해 버리고 싶은 것 중에 '버릇이나 습관'이 해마다 순위 안에 들곤 합니다. 버릇이나 습관을 한자로는 '벽(癖)'이라고 하는데, 벽은 사전적으로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습관이나 버릇'이라는 의미입니다. 파자(破字)해 보면 '무언가에 지나치게 치우친 [辟] 병[疒]'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됩니다. 중국 명나라 자전인 ≪자휘≫에서도 벽을 '즐기고 좋아하는 병(嗜好之病)'이라 하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병은 현대 사전이 지닌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무언가에 깊게 빠져들고 좋아하는 것이 심해서 생긴 긍정적인 성벽(性癖)을 말합니다. 부언하자면 이 시대에 필요한 '살리고 싶은 버릇'인 것입니다.

 

버릇

 

■벽(癖)에 미친 사람이 돼야

   조선 초기에 수기치인(修己治人)만이 인간의 최고 덕목이었던 사회구조가 후기로 넘어오면서 무언가에 미친 '벽인(癖人)'의 시대로 변화하였습니다. 격물치지(格物治知)의 지식인만을 양성하던 사회구조가 자기 일에 미친 치인(痴人)과 광인(狂人)을 양산하게 된 것입니다. 그 좋아하는 정도가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벽의 '치우친' 뜻만을 부각해 벽을 병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달라진 것입니다.

 

   조선 후기의 문신 윤기는 <미치도록 좋아하는 병[癖]>이라는 글에서 마땅히 좋아해야 할 것을 좋아하는 것은 벽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학문을 좋아하고 도를 좋아한다고 해서 학벽, 도벽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홍한주도 ≪지수염필≫에서 "남들이 즐기지 않는 것을 자신이 지나치게 즐겨서 제 몸 죽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것에 이르는 것이 벽"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미친(?) 옛사람들의 이면을 보면 자신의 일에 일가를 이루기 위해 광기(狂氣)도 불사할 줄 아는 공통점-벽-이 있었습니다. 조선 최고의 벼루 장인 정철조는 돌만 보면 파는 것을 좋아하여 '돌에 미친 바보[石痴]'라 불렸고, 천재 화가 최북은 고정관념과 상식을 거부하는 예술혼으로 자신의 눈까지 찌르는 기행을 일삼았습니다. 조선 후기 최고의 서적 중개업자인 조신선이나 책에 미친 바보인 이덕무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기이한 행동과 정신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벽은 남과는 다른 그 '무엇'입니다. 지금 시대는 무언가에 심취할 수 있는 선현들의 '벽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마니아나 덕후(德厚)의 경지를 넘어 '또라이'로 취급하는 시선까지도 이겨내야 벽인(癖人)을 넘어 광인(狂人)의 경지까지 이르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절실히 원한다면 자신의 인생까지도 걸어서 미칠 줄 알아야 합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인 것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에 미칠[狂] 줄 알아야 그에 미칠[及]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인생을 걸어야 합니다.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처럼 한 분야에 미칠 줄 아는 열정만이 자신의 꿈을 우뚝 세울 수가 있습니다.

 

   '실패는 실 감을 때,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실패와 포기는 '루저'들에게나 하는 말이니, 우리는 옛사람들의 '벽의 정신'을 본받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공은 자신의 일에 미쳐서 프로가 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입니다. 젊음이야말로 특권을 차지할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고, 벽이야말로 성공의 벽을 통과할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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