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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두보, <강남봉이구년>

by !)$@@!$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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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두보)

 

기왕의 집에서 늘 그대를 보았고

최구의 집 마루에서 몇 번이나 그대 노래 들었던가

바로 이 강남의 좋은 풍경에서

꽃 지는 시절에 그대 또 만났구려

 

■원문

江南逢李龜年(강남봉이구년), 杜甫(두보)

 

岐王宅裏尋常見(기왕댁리심상견)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기도문)

正是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글자풀이

  • 逢: 만나다
  • 李龜年: 당대(唐代)의 유명한 가객(歌客)
  • 岐王: 현종의 아우이자 예종의 아들인 이범(李範)
  • 尋常: 보통, 자주
  • 崔九: 현종의 비서감인 최척(崔滌)
  • 幾度: 몇 번
  • 正是: 바로
  • 落花: 꽃이 지다, 쇠락해진 현실을 말함

 

봄꽃

 

■감상

   두보(712-770)의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으로, 공부원외랑 벼슬을 지내서 '두공부(杜工部)'라고도 합니다. 이백과 함께 '이두(李杜)'로 칭해지며,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각지를 유람하면서 전란을 겪는 등 불우한 삶을 살았습니다. 저서에는 ≪두공부집≫ 20권이 전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두보가 59세 때 지은 칠언절구의 작품입니다. 시인은 방랑 도중 강남의 담주(潭洲)에서 옛날 태평한 시절 장안에서 자주 만났던 명창 이구년을 만났니다. 이구년은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기 전에 당 현종의 총애를 받았던 유명한 가객입니다. 그러한 그가 난이 일어난 뒤에 타락하여 더돌다가 강남 땅에서 두보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전반부에서는 전란 이전 두보가 이구년을 만났던 때에 대한 회상이 나타나 있으며 후반부는 전란 이후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난 사실을 진술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단순한 추억과 사실의 진술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함축된 의미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강남의 좋은 풍경 속에서 다시 만난 풍류객은 화려했던 지난날의 명창이 아니라 작가와 마찬가지로 늙고 초라한 유랑자의 신세였던 것입니다. 전란 이전의 태평스러웠던 모습과 전란 이후의 영락한 모습, 아름다운 강남의 풍경과 꽃이 지는 시절이 함축한 쓸쓸한 정조가 대조적인 표현을 이루고 있어서 인생무상감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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