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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한문

정지상, <개성사>

by !)$@@!$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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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개성사에서(정지상)

 

백 걸음에 아홉 번 굽이돌며 가파른 산에 오르니

두어 칸 작은 집이 반공중에 걸려 있네

맑은 영천에선 차가운 물 떨어지고

창연한 옛 벽에는 푸른 이끼 얼룩졌네

바위 끝 늙은 소나무에 한 조각 달 걸려 있고

하늘 끝 구름 아래 점점이 산이로네

속세의 세상만사 이곳에는 못 이르니

은자만이 오랜 세월 한가함을 누리는구나

 

■원문

開聖寺(개성사), 鄭知常(정지상)

 

百步九折登巑岏(백보구절등찬완)

家在半空惟數間(가재반공유수간)

靈泉澄淸寒水落(영천징청한수락)

古壁暗淡蒼苔斑(고벽암담창태반)

石頭松老一片月(석두송로일편월)

天末雲低千點山(천말운저천점산)

紅塵萬事不可到(홍진만사불가도)

幽人獨得長年閒(유인독득장년한)

 

■글자풀이

  • 開聖寺: 황해도 금천군의 성거산(聖居山)에 있던 절
  • 折: 길이 굽이지다, 꺾어지다
  • 巑: 높이 솟다
  • 岏: 가파르다
  • 澄: 맑다
  • 壁: 바람벽
  • 蒼苔: 푸른 이끼
  • 斑: 얼룩지다
  • 幽人: 속세를 떠나 은거해 사는 사람, 은자(隱者)

 

소나무

 

■감상

   정지상(?-1135)은 고려 중기 문인이며 서경 출신으로 초명은 지원(之元), 호는 남호(南湖)입니다. 정치인이자 시인으로서도 문학상에 비중 있는 이름을 남겼으며, 최치원 이후 고려 전기 한시문학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경천도와 칭제건원을 주장하다가 묘청의 난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 시의 수련에서는 개성사의 공간적 위치, 그리고 그곳에서 힘겹게 올라가는 화자의 시선을 통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함련은 맑은 샘물과 고색이 창연한 벽의 모습을 통해 개성사의 근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후반부인 경련에서는 근경의 소나무에 걸린 달을 머리 들어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하늘 끝 구름 아래 아스라이 펼쳐진 원경의 점점이 펼쳐진 산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미련에서는 속세의 번잡함이 이르를 수 없는 이곳 개성사의 그윽함을 그곳에서 한가로이 사는 은자, 즉 스님의 모습을 통해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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